경제·금융

유럽국 잇단 단기금리 인상/「유로」염두 “국가간 금리차 해소”

◎고금리국 돈쏠림 우려 실업사태 불구 고육책/주식시장 돈가뭄 예상 국제자금흐름 위축도「대공황이후 최고의 실업율 속의 금리인상」 9일 독일의 분데스방크가 금리를 인상한 것은 언뜻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경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독일의 실업율은 30년대이후 가장 높아 금리를 인하해도 시원치 않을 상황에서 금리를 올린 것이다. 그러나 분데스방크가 이날 5년만에 기준금리인 환매조건부금리(repo)를 0.3%포인트 인상한 것은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어차피 경기가 저금리를 유지해도 회복되지 않을 바엔 차라리 유럽의 중앙은행을 자처하는 입장에서 유럽단일통화인 유로화의 오는 99년 공식사용에 앞서 각국간 금리차이를 조정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독일은 통일이후 막대한 통일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국채를 발행하느라 지난 92년엔 금리를 무려 9.7%까지 인상했으나 이후 극심한 경제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해왔다. 지난해말 리포금리는 3%. 그러나 금리인하에도 불구, 경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이에따라 통일이후 실업율이 높아진 것은 구 동독지역 기업을 중심으로 독일경제가 심각한 구조조정의 와중에 있었기 때문이지 금리등 통화정책의 차원으로는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결국 더 이상 억지로 저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또 올해 경제성장율이 2%를 넘어설 전망이어서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도 줄어든 상태. 이점에서 이번 독일의 금리인상은 오는 99년 유로화의 도입을 염두에 둔 사전정지작업의 성격이 짙다. 유로화가 도입되려면 각국간 금리차이의 해소는 필수요건. 환율이라는 변수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금리차이가 나면 돈은 특정국에 몰리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각국의 금리는 아직 큰 차이가 난다. 3개월물 은행간금리의 경우 독일에선 3.4%이지만 이탈리아에선 6.61%나 돼 큰 차이가 난다. 어차피 금리를 언젠가 인상해야 할 상황에서 유럽경제의 맹주격인 독일이 먼저 총대를 멘 셈이다. 독일이 금리를 올리자 프랑스, 오스트리아, 덴마크, 벨기에, 네덜란드 등도 이날 동반인상이 불가피했다. 맏형격인 독일이 선수를 치자 이를 따 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런던의 한 은행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유럽통화동맹(EMU)이 오늘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유로화 도입의 전단계로 각국별 통화평가가 이뤄지는 내년 5월 이전에 독일이 추가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가 낮으면 통화가치가 떨어져 통화평가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각국간의 금리차이를 감안할 경우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독일의 적정금리는 4.5%수준.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바이겔 독일 재무장관의 『금리정책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발언에도 불구, 독일이 앞으로도 수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닛코증권의 제섭 연구원은 『올해말까지는 3.5%로, 그리고 내년봄에 4.0%까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인상발표직후 마르크화가 달러화에 대해 크게 오른 반면, 앞으로 금리를 내려야 할 이탈리아의 리라화는 폭락세를 나타낸 것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유럽각국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세계경제는 다시 고금리의 시대를 맞이하고 증권시장은 그동안의 호황세를 마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국제금융시장에서 채권금리는 0.10∼0.20%포인트 올랐고 주가는 평균 2­3% 떨어졌다. 9일자 월스트리트저널도 『전세계적인 유동성이 마르고 있다』며 돈이 풍부하게 남아도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분석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련준리(FRB)의장이 지난 8일 시사한대로 미국마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제금융가는 당분간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최성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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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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