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운동 한가지쯤 하지 않는 사람도 드물다. 요가, 헬스, 골프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신체 단련의 목적도 있겠지만 완벽한 '몸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신체 단련은 완벽을 추구할 정도로 공을 들이는 반면 정신적 단련은 어떨까? 현대인은 육체 노동만큼이나 정신 노동을 하고 있는데도 정신적 단련을 할 엄두는 내지 못한다. 이 책의 원제는 '아르스 비벤디'(ars vivendi), '아르스 베네 모리안디'(ars bene moriandi)다. 우리 말로 '행복하게 사는 기술'과 '행복하게 죽는 기술' 이다. 성인과 교사들의 재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로 활동중인 저자는 행복하게 살고 또 죽기 위해서는 정신적 단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수 많은 철학자들의 가르침과 문학 속의 이야기를 불러온다. '기쁨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라', '작은 행복에 감사하라' 등 책의 구성은 다른 자기계발서처럼 돼 있지만 내용은 저자 본인의 주장이나 경험이 아니다. 오히려 철학자와 문학의 사례를 끄집어와 독자들이 자연스레 그들의 주장을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우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당장의 기쁨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말한다. 로마 시인 호라츠의 시집 '가르멘'에 등장하는 말인 '카르페 디엠'은 '현재를 살라'라는 말로 '오늘을 즐겨라'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근심을 잊고 아무렇게나 하루를 살라는 뜻이 아니라 우울한 생각이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자리를 내주지 말고 명확한 항로에 따라 인생의 배를 조종하라는 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시에 "포도주를 맑게 하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는 포도주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걸러내라는 뜻으로 늘 가까이 있는 것부터, 즉 곧 마시게 될 포도주의 질부터 개선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또 행복하게 죽기 위해서는 욕구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포기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누군가를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면 그의 재산을 늘려주지 말고 욕구를 줄여주라"는 에피쿠로스의 말을 인용해 포기의 중요성을 말한다. 필요한 것이 많으면 걱정거리가 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고대 철학자들의 가르침과 어려운 문학 속 이야기는 빠르고 자극적인 이야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정신적 단련'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해 볼만 하다. 1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