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환정책/3당 대선공약의 허실

◎“외화유입 촉진으로 위기해소” 한목소리/한나라당­부실채권 조기정리,금융구조조정/국민회의­외국사 투자유치 등 국제협력 강화/국민신당­금개법 조기시행 등 제도장치 마련한나라당과 국민회의 및 국민신당은 최근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외환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각종 장단기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3당이 다소 상이하지만 대응책과 관련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탓인지 유사한 점이 없지 않은 모습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경제의 구조조정 미흡과 경기의 장기침체로 대기업 부도가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 외화유입의 촉진을 통해서 금융·외환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우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요청 이외에 기타 국제금융기관 및 미국·일본 등의 외화 유치와 국민 모두의 외화절약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또 시장의 단기적인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신용공급 위축 및 금리상승에 대응하여 신축적인 통화공급에 신경을 써야 하고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조기정리를 통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면 이를 기반으로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 경제의 근본원인인 기업구조 조정을 촉진하고 출자총액 한도 완화 등 기업인수·합병(M&A) 활성화, 특별부가세 등 합병·자산매각 관련 세부담 완화 등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대외신인도 회복을 위해 정부의 효율성·투명성을 제고하고 규제 혁파 및 조직 혁신을 기하되 깜짝쇼식의 정책 지양 및 상식에 입각한 정책입안과 집행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것. 또 고비용·저효율구조 해소를 위해 경쟁력 없는 기업의 인수·합병을 촉진하고 퇴출제도를 개선하여 원활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민회의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호주 등으로부터 외화자금 조달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국민회의는 또 기업과 금융기관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산업 구조개편과 함께 기업집단에 대한 결합재무제표 작성을 의무화하고 회계기준의 국제화를 조기에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금융과 외환위기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크게 떨어져 외환보유액이 거의 바닥났고 금융공황사태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와 여당의 정책실패, 정책부재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후보는 이어 『정부와 여당은 기아사태를 수습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함으로써 기업의 연쇄부도와 금융기관의 부실을 심화시켰으며 제일은행의 국책은행화와 기아자동차의 법정관리 및 공기업화는 정부가 표명한 자유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나는 조치로 정부 스스로가 신뢰를 잃은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국민회의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보다도 정부가 확고하게 대처한다는 의지를 표명, 달러에 대한 가수요를 막고 국제협력체제 구축과 함께 국책은행을 통한 외화조달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국민회의는 특히 대규모 국제적 기업의 국내투자를 성사시켜 외화유입이 가능토록 하고 수출주력업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경상수지를 개선하는 한편 금융시스템 개선을 통해 부실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하루빨리 시행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는 현재의 외환·금융위기가 급속한 금융개방 추세에도 불구하고 허약한 국내 금융계와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아시아 금융시장의 혼란이 옮겨붙어 초래됐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금융개혁법을 조기에 시행하고 금융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실채권을 해소시키기 위한 금융기관 건전화기금을 설치하고 신용평가 및 어음제도개선 등으로 금융인프라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속히 추락하고 있는 대외신인도 회복을 위한 단기처방도 중요하다고 이후보는 판단하고 있다. 우선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IMF 등과 협의해 필요한 외화를 적기에 도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물론 국제 투기성 핫머니의 유입을 막기 위한 조기경보체제를 수립해 외환관리능력을 능동적으로 만들어야 하며 「아시아 금융시장 안정기금」 「아시아 자유무역협정」 등을 체결, 투자심리의 안정도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IMF자금도 외채이기 때문에 근원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을 향상시켜 외채도 갚고 국가경제를 회생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구조 조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우선 IMF의 정책주문을 제대로 이행하면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진행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일단 외환·금융 위기수습에 최선을 다하되 IMF의 합의를 지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은 분기별 협의를 통해 조정하자는 의견이다.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을 위한 구조조정방안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정치개혁을 통해 불합리한 정경유착구조를 청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국민들도 과소비추방등 경제의병운동을 통한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황인선·양정록·온종훈 기자> ◎분석 및 평가/원인·처방 ‘원론적 수준’/구체 실행방안 결여… 보완 서둘러야 외환위기를 바라보는 대선후보들의 시각은 대체로 대동소이하다. 올들어 지속된 대기업 부도와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성장가도를 달려온 국내 금융기관들의 허약한 체질이 현 경제위기의 불씨가 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각은 다분히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난이 과연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결여하고 있다. ▲원인진단=현 경제위기의 배경에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는 다소 추상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보다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생산주체로서의 기업 구조조정 미흡을 우선적으로 지적, 산업적 측면을 강조한 반면 이인제 후보는 직접 허약한 금융구조와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가장 큰 문제 요인으로 지목해 차이를 보였다. 김대중 후보는 기아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제기반 붕괴가 현 위기의 근본배경으로 작용했으며 특히 정부가 일부 부실 시중은행의 국책은행 전환을 추진하는 등 자유시장 경제원리에 어긋나는 조치를 남발함으로써 스스로 신뢰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경제위기의 배경을 어디서 찾느냐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없다. 하지만 올바른 처방을 내리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진단이 요구된다. ▲단기대책=세후보가 서로 엇비슷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으로부터의 외화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금융기관 부실채권 정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인제 후보는 특히 IMF의 요구조건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긴급차관을 차질없이 조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현 외환위기의 근본은 국내 금융기관들에 대한 외국기관의 신뢰상실에서부터 비롯된 것인 만큼 당장의 외자조달과 함께 신뢰도를 제고하는 방안이 동시에 강구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장기대책=각 후보들이 각기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뜬구름 잡기식의 추상론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제시한 출자총액 한도제한 완화는 두가지 측면에서 상반된 효과가 예상된다. 부실기업 인수합병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긍정론과 함께 재벌의 경제력집중 억제 정책에 역행한다는 부정론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이 함께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후보가 제시한 결합재무제표작성 의무화는 기업들의 반론이 예상되긴 하지만 제도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장기과제다. 또 부실금융기관 구조조정과 수출주력업종 활성화는 원론을 넘어 보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인제 후보가 밝힌 금융개혁법 조기 시행과 신용평가 및 어음제도 개선방안은 장기대안이라기보다는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내용이라는 지적이다. 이인제 후보는 아시아금융시장 안정기금의 설치를 주장하고 있으나 IMF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 등이 반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제안이다.<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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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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