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외국산 장악 국내 단말기시장 상용화 2년만에 국산이 주도

원천기술 들여와 비약적 발전 "응용기술도 중요" 교훈…'퀄컴 인수론' 거부도 성공요인


CDMA는 원천기술을 들여와 상용화를 통해 세계적인 기술로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물론 CDMA 상용화에 앞서 디지털전전자교환기(TDX)처럼 국내 통신기술을 크게 발전시킨 사례도 많다. 하지만 TDX는 스웨덴 에릭슨의 상용기술을 국산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CDMA는 세계 시장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했다는 한 차원 높은 의미를 갖는다. ◇응용기술도 중요하다=퀄컴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했지만 국내 통신산업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지난해의 경우 휴대폰 수출액은 205억달러로 자동차, 반도체에 이어 수출품목 3위에 랭크됐다. 생산물량을 기준으로 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세계 3위와 5위다. CDMA 상용화 이전인 지난 94년만 해도 국내 업체들의 위상은 형편없었다. 미국 모토로라가 점유율 51.9%로 국내 휴대폰 단말기 시장을 좌지우지했다. 국내업체의 점유율은 ▦삼성전자 19.7% ▦LG정보통신(현 LG전자) 4.0% ▦현대전자(현 팬택&큐리텔) 1.3% 등으로 25%에 불과했다. 에릭슨 등 나머지 외국업체들이 23.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CDMA 상용화와 함께 이런 구도는 역전되고 말았다. 지난 96년 휴대폰 국내 판매량 102만대 가운데 삼성ㆍLGㆍ현대전자 등의 판매규모는 82만대로 약 80%이상을 차지했다. 휴대폰 산업의 약진은 LCD 등 관련 산업의 발전을 가져왔다. 또 국내업체들은 CDMA 원천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카메라폰, 게임폰, MP3폰 등으로 히트상품을 잇달아 만들어내며 세계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CDMA 상용화는 원천기술과 함께 응용기술의 중요성을 동시에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며 “필요할 경우 원천 기술을 해외에서 들여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만드는 응용기술 전략도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윈-윈 전략도 맞아 떨어져=CDMA는 아예 시장에 나오지도 못할 뻔했다. 제 2 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정치싸움이 격화됐고, 이동통신산업의 관할권을 둘러싸고 부처간 경쟁까지 벌어지면서 산업자원부에서 GSM방식을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결국 이런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CDMA를 밀어붙였다. 퀄컴에 대한 과도한 로열티 문제가 나올 때마다 ‘퀄컴 인수론’이 나왔지만 이를 뿌리친 것도 성공요인으로 작용했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여론에 밀려 퀄컴을 인수했다면 한국만의 힘으로 세계 CDMA시장을 개척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퀄컴이 세계 GSM업체들의 전방위 공세에 방패가 됐던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개발된 와이브로와 DMB 등을 세계시장에 수출하는 과정에서도 이를 채택할 국가 혹은 다국적기업과 서로 혜택을 나눌 수 있는 ‘윈-윈체제’를 고민해야 된다는 점을 CDMA는 교훈으로 남기고 있는 셈이다. ◇국내 이동통신 발전은 CDMA에서 비롯돼=국내에서 이동전화서비스가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지난 1960년이다. 그 후 20년간 차량용 이동전화서비스(일명 카폰)만 제공됐다. 이동통신수요가 급증하자 지난 84년 3월 한국이동통신서비스(현 SK텔레콤)이 설립됐고, 91년부터는 수도권으로 국한된 서비스가 전국으로 확대됐다. 94년 제2이동전화사업자로 신세기통신(2002년 SK텔레콤에 합병)이 선정됐고, 96년 6월 KTF와 LG텔레콤, 한솔PCS 등 3사를 PCS사업자로 선정해 5개 회사 경쟁체제가 됐다. 현재 이동전화가입자는 3,800만명에 달한다. 이처럼 이동통신사들이 늘어난 배경에는 물론 CDMA 상용화가 자리잡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CDMA상용화 이후 단말기는 물론 전량 미국 AT&T와 모토로라에 의존하던 시스템장비 분야도 급속하게 국산으로 대체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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