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사형수 111명 선고 파기

미국 연방항소법원(고등법원)이 2일 3개주 111명에 대한 사형선고가 배심원이 아니라 판사의 판단에 의해 내려졌다는 이유로 파기하고 이들의 형을 무기 징역으로 대체하라고 결정했다.이 결정은 사형제도 자체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아니지만 선진국 중 사형수가 가장 많은 미국에서 사형제도 존폐 논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연방 제9순회법원은 이날 1981년 금융회사의 여성간부를 살해, 사형선고를 받은 워런 서머린 사건 항소심에서 “애리조나 법원이 배심원이 아닌 판사의 판결에 의해 사형선고를 한 것은 연방대법원의 2002년 결정에 위배된다”며 서머린 사건과 나머지 유사 사건에 대해 대법원의 결정이 적용돼야 한다고 선고했다. 항소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8대3으로 이뤄졌다. 이에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6월 살인죄로 애리조나주 법원으로부터 사형을 선고 받은 티모시 링 사건 심리에서 “판사가 내린 사형선고는 배심원에 의한 재판 보장을 규정한 수정 헌법 제6조를 침해했다”고 7대 2로 판결했었다. 그러나 당시 연방대법원은 새 판결이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수감자들에게 소급 적용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는데 항소법원의 이번 결정은 연방대법원 판결이 소급 적용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민주당 정권 때 임명된 판사들이 다수인 제9 순회법원은 미국의 13개 항소 법원 중 가장 진보적 결정을 많이 내리는 법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판결의 적용을 받게 되는 사형수는 애리조나 89명, 아이다호 17명, 몬타나 3명 등이 될 것이라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판사들만 사형선고를 하고 있는 5개 중 가운데 네브래스카와 콜로라도 등 2개 주는 제9 순회법원이 관할하는 주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적용을 받지 않는다. 사형수 변호사들과 사형 폐지론자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사형폐지운동가인 데이비드 엘리어트는 “연방대법원도 항소법원의 결정을 인정할 것으로 본다”며 기대를 표시했다. 그러나 애리조나주 법무장관실은 “즉시 상고하겠다”고 밝혔고, 몬태나주 법무장관실도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따라 미 법조계는 연방 대법원의 심판이 어떻게 내려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3700명의 사형수가 복역 중인 미국에서는 지난해 71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정신 지체아에 대한 사형을 사실상 금지한 대법원의 결정, 금년 초 일리노이주 지사의 사형수 156명에 대한 감형 결정 등과 함께 미 사형제도 존폐 논쟁에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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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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