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회계부정 2인 인터뷰

■ 스티브서튼국제회계기준 단일화 亞도 수용태세 갖춰야 "미국에서 회계부정이 양산된 것은 미국 특유의 기업문화 때문입니다. 최고경영자에게 주어진 지나친 기대와 막강한 권한이 회계부정을 야기했습니다." 미 기업회계부정의 토양을 제공한 것은 분석적 회계감사방식이라는 주장을 담은 논문으로 회계학계와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는 커네티컷 대학의 스티브 서튼 교수는 미국발 신용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미 특유의 기업문화를 지적했다. - 기업회계부정의 가장 큰 요인으로 최고경영자(CEO)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는 CEO의 감독임무를 맡고 있는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작성한 회계감사관련 처벌결과 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부정을 저지른 인물이 CEO급인 경우가 전체의 70.8%에 달했습니다. 이밖에 다른 고위 경영자가 부정을 저지른 경우는 19.4%를 차지, 회계부정의 90% 이상에 고위 경영자가 직접 관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CEO 등 고위 간부의 전행을 막기 위해 이사회가 설치돼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사회장은 CEO가 겸임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사회는 회계감사인이 부정을 적발하도록 채근할 유인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또 이사 중 상당 수는 회사 사정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회계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어 효과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지 못합니다. - 이사회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회계부정을 눈감아 준 회계법인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요. ◆ 일반인들의 기대와 달리, 지금까지 회계감사인은 부정을 적발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 오지 않았습니다. 주요 회계법인 파트너의 보수는 고객을 유치하고 뺏기지 않도록 하는 능력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는 회계법인이 자신을 고용한 기업의 CEO를 만족시키고자 노력하게 만듭니다. 공공의 이익은 무시되는 것이지요. 회계법인이 회계부정에 연루되는 것은 회계감사 활동이 컨설팅 등의 다른 사업영역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엔론의 부정행위를 눈감아 준 것으로 알려진 앤더슨은 컨설팅으로 올린 수익이 2,500만 달러로 회계감사를 통해 올린 수익과 비슷합니다. 따라서 엔론을 자사의 컨설팅 고객으로 유지하는 것이 앤더슨에게는 매우 중요했을 것입니다. 회계감사인과 컨설턴트라는 두 가지 역할이 충돌하게 된 것이지요. - 회계부정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 상시 회계 보고 방식을 도입해서 경영인의 회계조작을 어렵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상시 회계 보고와 함께 상시 회계 감사도 진행시켜 회계 보고가 정확하고 공정하게 제공되고 있음을 투자자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AT&T의 경우 자체적으로는 상시 회계 보고를 이미 실시하고 있습니다. 상시 회계 보고의 가능성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이지요. - 미 정부의 대응방안은 기업회계감독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견해는? ◆ 미 정부가 구성을 계획하고 있는 위원회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계감사를 감독할 이 위원회는 다섯 명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증권감독위원회가 한 해에 한 명씩 위원을 임명하게 됩니다. 증권감독위원회의 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므로 중임 대통령은 위원회 전체를 임명하게 됩니다. 이는 위원회를 매우 정치적으로 만들 소지가 있습니다. 위원회에 공인회계사가 두 명 이상 포함될 수 없다는 조항도 문제입니다. 회계감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나머지 세 명의 위원이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특히 기업인들이 위원회를 장악하게 되면 회계감사인들은 현재보다도 더 제한적이고 비효과적인 활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 미국의 회계부정 스캔들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입니까? ◆ 미국 증시에 상장하고자 하는 기업은 미국 회계기준을 채택해야 한다는 규정을 이용, 미국은 자국 회계기준을 세계에 전파해 왔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약화될 것입니다. 세계적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다양한 곳으로부터 유럽식 국제회계기준(IAS)을 채택하라는 압력이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미국 회계기준을 IAS와 통합시켜 국제적으로 회계기준을 단일화해야 합니다. 미 회계기준을 강요하는 현재의 방식은 미 자본시장에 참여하려는 기업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단일 회계 기준이 정해지면 이 같은 불필요한 비용을 없앨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국가들도 국제회계기준을 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 스티브 월만 포트폴리오 분산투자 충격흡수 자점 일깨워 "주가 하락이 지속되며 투자자들이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감시 수준을 높여 가는 중에 회계 부정 스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에게는 투명경영의 중요성을, 개인 투자자에게는 분산투자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증시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으로 재직한 바 있는 스티브 월만 폴리오fn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회계 부정 스캔들로 분산투자의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증권업체 최고경영자의 관점에서 미 기업회계부정 사태에 대한 견해를 물어 보았다. - 회계 부정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투자패턴에 변화는 있는지요? ▲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 모두 기업 회계부정 스캔들이 증시에 미칠 파장에 우려하고 있습니다. 엔론ㆍ타이코에 이어 AOL마저 회계 부정 스캔들에 휩쓸리는 등 미 대표 기업들마저 회계 부정 스캔들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자 앞으로 파장이 어느 기업으로 확산될 지 가늠할 수 없게 돼 더욱 그러합니다.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우리회사 고객의 투자 자료를 분석해 본 바로는 투자자들이 투자 유형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지는 않습니다. 주식투자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거나 증권에서 채권으로의 큰 폭의 자금이동 등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회사 고객 다수는 분산화 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장기투자자여서 현 장세에 특별한 대응을 보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 증시 침체가 장기화하며 증권업계도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증권업계는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분산투자를 하지 않고 투기적 투자를 지향했던 개인들은 증시 침체에 실망, 거래량을 줄이고 증시에서 자금을 완전히 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증권사의 수익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궁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방안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증시하락세는 곧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 해 안에는 점진적 상승세로 전환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의 어려움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봅니다. - 회계부정 스캔들과 관련 CEO에 대한 비난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미 정부는 최근 각 기업의 최고경영자에게 재무제표에 서명하도록 방침을 정했습니다. 업계 CEO의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 CEO에게 재무제표에 서명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잘한 결정입니다.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자인 CEO가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서 투자자들을 안심시켜야 합니다. 일부 CEO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재무제표에 대한 서명을 꺼리고 있는데, 이는 잘못 된 태도입니다. 나는 우리회사의 재무제표에 서명하는 데에 아무런 부담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 회계부정 스캔들에 따라 CEO에 대한 비난이 몰리고 있는 것은 사태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EO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거나 CEO의 보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등의 비난은 일부 CEO에게 해당되는 것인지 모든 미 기업의 CEO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 아직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스톡옵션의 비용처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습니다. 코카콜라 등에 이어 대기업들이 줄줄이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키로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은? ▲ 스톡옵션을 비용 처리화 하려는 움직임은 단일한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스톡옵션을 비용 처리할 지가 각 기업에 달려 있어서 투자자들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단일한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스톡옵션을 비용 처리하는 쪽으로 단일화가 이루어지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직원의 성과급으로 지급되는 스톡옵션의 발행을 비용발생으로 볼 수 있는가는 좀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최근 사태가 향후 증권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 제가 SEC를 떠나 폴리오fn을 설립한 것은 투자자들이 투기적 주식 거래를 지양하고 장기투자를 지향하도록 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회계 부정에 따른 증시 불안은 분산화 된 포트폴리오를 통한 장기투자전략이 중요함을 다시 보여주는 계기였습니다. 우리회사 고객들은 분산투자를 지향한 결과로, 시장 상황의 급격한 변동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뮤추얼 펀드를 제외하면 미국인들이 평균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10종목 미만으로 분산투자에 필요한 30종목에 크게 못 미칩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투자 방식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최근의 주식시장에서는 특히 그러합니다. 포트폴리오가 분산화 돼 있으면 갑작스럽게 터진 스캔들 등으로 개별 기업주가가 폭락해도 포트폴리오 전체의 가치는 크게 변하지 않는데, 최근의 시장 상황에서 분산투자가 더욱 부각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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