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직장인들 또 명퇴 '불안'

직장인들 또 명퇴 '불안' 공기업 민영화 대기업 감원 잇단예고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등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며 이들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이 감원ㆍ퇴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또 대기업들도 조만간 불황탈출을 위한 강도 높은 자구안을 추진할 움직임이어서 대다수 직장인들이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요즘 공기업의 사무실분위기는 무척 썰렁하다. 농담을 해도 받아주는 사람도 없고, 삼삼오오 귀엣말을 나누는 모습들이 긴장감마저 감돈다. 평소 시계바늘이 퇴근시간을 가리키기가 무섭게 사무실을 나서던 젊은 직원들은 상사 눈치보기 바쁘다. 회사에 대한 불평이 줄어드는 대신 자조적인 넋두리가 늘고 있다. 지난 IMF관리체제 당시 등장한 '명퇴신드롬'이 다시 직장인들을 옥죄고 있다. 한국전력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나모(43)씨는 최근 편두통과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다. "명예퇴직을 신청해야 할지 아니면 무작정 버텨보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습니다. 회사를 민영화 하려면 분명히 조직을 슬림화 할 것이고‥‥. 내가 정리대상이 될지 여부는 아직 모르지만 너무 불안합니다." 나 씨는 이러한 고민이 비단 자신에게 국한 된 것은 아니며 동료들 대부분이 요즘 밤잠을 설친다고 귀뜸했다. 한국중공업에 다니는 김모(35)씨도 "아직 회사에서 희망퇴직 등의 말을 꺼낸 적은 없지만 가까운 장래에 닥칠 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하고 밤에 잠도 잘 오지 않는다"면서 "희망퇴직금으로 조그만 장사라도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간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부도위기로 고강도의 인력감원 등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A기업의 직원 김모(38)씨는 "IMF때 대량감원으로 회사를 떠나는 동료들을 대하며 많은 고민을 했는데 다시 이런 일이 닥치니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퇴직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로지 회사를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치열하게 일만하던 일중독증 환자도 요즘같은 세상에선 버티기 힘들다. 일감이 줄거나 해직위기에 처하면서 방향감각을 잃고 극도의 슬럼프에 빠지기 쉬운 까닭이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해 최근 신경정신과를 찾는 직장인들의 발걸음도 부쩍 잦아졌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김이영 교수는 "막연한 두려움은 더 큰 불안을 가져오므로 현실을 긍정적으로 파악하고 해결책을 구하라"고 조언한다. 눈치보다 자신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퇴직이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는 의식이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지혜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실직을 비단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바라볼 수 있는 자세를 가지면 설혹 구조조정을 당해도 분노와 좌절로 건강을 해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석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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