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일본이 심상치 않다

사진 첫번째(강창현 논설위원)

[목요일 아침에] 일본이 심상치 않다 강창현 논설위원 chkang@sed.co.kr 사진 첫번째(강창현 논설위원)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지난 3월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원전사고로 일본 열도 전체는 큰 슬픔에 빠졌고 지구촌 사람들은 불굴의 의지로 복구 작업에 집중하는 그들에게 끊임없는 애도와 격려를 보냈다. 지진에 따른 복구비만 200조~300조원 소요된다는 분석만 봐도 일본인들은 아직 그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제 곳곳에서 차츰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다시 불거진 독도문제 일본의 대표 기업인 도요타의 공장 가동률이 지진 이전 수준을 되찾아 가고 해외 판매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원전 복구 공사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18일 일본이 여자월드컵에서 연장전까지 접전을 벌인 후 승부차기로 미국을 꺾고 우승하는 순간 온 일본 열도가 들썩거렸다. 일본인들은 오랜만에 지진의 아픔이 말끔히 씻어 내리는 기분을 맛봤을 것이다. 일본 지진의 슬픔을 같이 한 것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난 요즘 일본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과거처럼 다소 우회적이고 조심스러운 방법으로 우리를 자극시키는 것이 아니다. 거의 도발적 수준이다. 우선 독도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대한항공의 독도 시범비행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외무성 공무원들에게 한 달간 대한항공 이용 자제령을 내렸다. 우리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철회를 촉구했지만 일본은 한마디로 거부했다. 국가가 특정 민간항공사를 상대로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소한 일을 가지고 우리를 자극시키려는 심산인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일본 자민당의 '영토에 관한 특명위원회'가 오는 8월 초 한국에 시찰단을 파견, 독도와 가까운 울릉도를 방문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계속 유감을 표시해도 묵묵부답이다. 여기에 오랫동안 독도를 단독 표기해온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독도와 다케시마를 함께 표기한 지도를 사용한 것도 우리의 분노를 사고 있다. 우리가 이 신문에 독도 관련 광고를 여섯 번씩이나 했던 것을 비춰 봤을 때 일본은 이보다 더 화끈한 로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대지진 이후 일본을 제칠 기세로 성장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일종의 반한(反韓) 감정도 나타나고 있다. 거의 전쟁을 방불하게 하는 글로벌시장에서 우리를 적으로 규정하고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유력 일간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1면 머리기사로 '한국 기업이 일본의 점유율을 뺏어간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대지진과 원전 사고, 엔고 등 복합적인 난제에 봉착한 일본 산업계가 한국 기업의 해외시장 점유율 확대에 노골적인 경계감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의 현대∙기아차의 질주는 일본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아 버렸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최대 판매처인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올 상반기 9%까지 치고 올라와 도요타와 혼다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反韓 감정도 일부 드러나 일본자동차공업협회도 "한국이 3,000만대 이상의 시장에서 경쟁우위에 서 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조차도 지진을 두려워하면서 도쿄보다 서울이나 부산을 동북아 중심거점으로 잡으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우리를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일단 우리가 그만큼 경쟁력을 가졌다는 면에서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분야에서 일본이 지닌 기술력은 우리 이상이다. 특히 일본은 대지진을 계기로 19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을 다시 찾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이 우리 기업을 중요한 경쟁자로 삼고 견제한다면 우리는 글로벌시장에서 그만큼 고전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일본 대지진ㆍ쓰나미ㆍ원전사고 ] 화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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