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증세 없이 복지 없다

네덜란드는 ‘사회주택(social housingㆍ공공임대주택)의 천국’이다. 전체 주택재고량의 32%가 공공임대주택이다. 암스테르담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47%에 달한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공기업이 담당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네덜란드는 비영리 민간조직인 주택조합(Housing Association)이 맡고 있다. 주택조합은 금융기관으로 저리 융자를 받아 임대주택을 짓고 운영 수익 대부분은 신규 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재원으로 재투자한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가장 높은 네덜란드지만 현재 인기 있는 지역은 입주 대기기간이 평균 5년 이상 걸릴 정도로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조합의 재무상태가 악화되면서 신규 임대주택 공급도 줄고 있기 때문. 주택조합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임대료를 올려 받아야 하는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ㆍ입주민의 반발 때문에 이마저 쉽지 않다. 예룬 판데르 페르 암스테르담 주택조합연합회 사무차장은 “요즘 주택조합은 ‘공공의 적’이 됐다”고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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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네덜란드 국민들이 집 때문에 겪는 고통은 그리 크지 않다.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이 많은 데다 저소득계층은 물론 중산층도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고 민간임대주택(시장주택)에서 살더라도 소득 수준과 가구원수에 따라 일정한 주거비 보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탄탄한 주거복지시스템은 소득의 40%가량을 세금으로 내는 조세정책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는 게 예룬 사무차장의 설명이었다.

총 주택수 대비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15%가 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5%에 불과하다. 국민들의 주거복지 수준을 높이려면 임대주택을 꾸준히 늘리는 동시에 주택 바우처 등 보조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데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주거는 물론 의료ㆍ교육 등 모든 복지정책에는 돈이 들기 마련이고 재원은 세금밖에 없다. 3명의 유력 대선후보들이 저마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증세에 대해서는 모두 소극적이다. 조세 저항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겠지만 국민들에게 더 많은 복지를 누리게 하기 위해서는 세금 문제를 마냥 회피할 수는 없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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