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개인투자자들의 매도공세로 급락하면서 600선 붕괴위기로 몰렸다.
전문가들은 이미 알려진 대외변수 외에 뚜렷한 악재가 돌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들며 지수가 급락, 추가하락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날 거래량은 4억4,463만주로 4개월여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고, 거래대금은 1조6,677억원으로 지난 22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투자자들 사이에 가능한 매매를 자제하는 경계 및 관망심리가 한층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지난해 10월 지수 저점 때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하던 주요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지지선이 붕괴돼 이들 종목의 하락에 따른 증시 충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주도주ㆍ매수주체ㆍ모멘텀이 없는 3무(無)장세가 지속되면서 증시 불확실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가 600선 지지에 실패할 경우 지난 10월 저점인 580선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며 일단 “떨어지는 칼날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거나 새로운 매수주체가 부상할 가능성이 보일 때까지 매수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거래감소 속에 600선 위협하는 위기국면=종합주가지수는 24일 반등에 성공한 미 증시의 영향과 외국인ㆍ프로그램 매수세에 힘입어 오름세로 출발했으나 개인투자자들의 경계성 매물에 다시 주저앉았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15.75포인트(2.51%) 하락한 609.43포인트로 마감, 연중최저치를 경신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날 거래량은 4억4,463만주로 지난해 9월19일 이후 4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거래대금 역시 2조원을 밑도는 저조한 수준을 매돌았다.
류용석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거래량마저 줄어들고 있어 종합주가지수의 추가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하면서 거래가 감소하고 주가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주요 시가총액 상위종목 지지선 이탈=여기에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는 상위 5개 종목이 모두 지지선을 이탈해 지수전망을 더욱 불확실하게 하고 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는 31만원 선을 위협 받고 있으며 SK텔레콤 역시 이틀째 급락하며 지지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T도 지난해 8월 이후 지지선으로 작용했던 5만원 선을 힘겹게 지켜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민은행과 한국전력도 다음 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지난해 4ㆍ4분기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에 따른 실적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지지선이 무너졌다는 것은 곧 지지선이 한 단계 낮아진다는 것을 뜻해 종합주가지수의 추가하락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재성 재료`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전문가들은 올들어 종합주가지수의 강력한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630선이 붕괴됨에 따라 단기적으로 600선의 지지력을 시험 받는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지수대에서 지지력을 발휘하려면 이라크전쟁과 북핵위기 등 굵직한 외부변수가 해결될 조짐이 나타나야 하는 만큼 600선 지지여부가 극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더욱이 올 상반기 IT(정보기술) 기업의 실적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어 이 같은 우려가 펀더멘털 우려로 증폭될 경우 지지선을 더욱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상승반전보다는 추가하락에 무게를 두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 분위기가 바뀔 수 있는 정치ㆍ경제적 재료가 나오거나 수급이 개선될 때까지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