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서경 금융전략포럼] "한국 금융산업 '커브 시프트' 돌입… 뼈깎는 자구 노력 절실"

황형준 보스턴컨설팅 동아시아 보험부문 대표 주제강연

은행 당기순익 60% 급감 등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큰 위기… 해외시장 진출도 낙제점

채널 개선으로 비용 효율화하고 디지털화 새 기회로 활용땐

금융산업 변곡점 승자될 것

황형준 보스턴컨설팅 동아시아 보험부문 대표가 2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7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주제강연을 통해 우리 금융산업이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욱기자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큰 위기라고 말합니다. 여러 수익성 지표는 위기를 증명합니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현재 커브 시프트(기존 성장방식이 수명을 다해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업계가 재편되는 시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역량을 갖춘 금융기업만이 이 국면에서 승자가 될 것입니다."

황형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동아시아 보험부문 대표는 2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제7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위기를 연신 강조했다. 다만 뼈를 깎는 심정으로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고 디지털화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한다면 금융산업의 변곡점에서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대표는 현재 국내 금융산업이 처한 상황을 '커브 시프트'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커브 시프트란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기존의 성장방식이 한계에 도달해 업계가 재편되는 상황을 말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두 위기를 무탈하게 넘겨온 신한·하나·국민은행은 커브 시프트 선도기업이며 시장에서 퇴출된 제일·서울은행은 커브 시프트 거부기업으로 분류된다.

황 대표는 "국내 은행산업의 당기순이익이 최근 3년 사이 60% 급감하고 주요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1%대에서 4%대로 오그라드는 등 심각한 수준의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 금융사들은 해외진출 등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왔지만 지금까지는 낙제점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 대표는 특히 지금의 커브 시프트 진행 양태가 과거와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외부 쇼크에 따른 도미노 피해였다면 지금은 내부의 공급과잉 현상에 따른 위기라는 것이다.

황 대표는 "저성장ㆍ저금리 기조에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금융시장의 공급과잉이 진행되고 있다"며 "수익성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현재 국내 은행의 절반이 사라져도 무관하다는 이론적 결과가 도출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매금융 부문에서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도 공급과잉 현상에 따른 것"이라며 "외국계 은행들은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운용처 발굴에 더 적극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과거와는 다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되 해답은 내부에서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되는 위기가 과거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만큼 과거 위기 국면에서 습득한 학습효과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뜻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2번의 커브 시프트를 경험했지만 이것이 현재의 자생력으로 이어질지는 회의적"이라며 "선진금융사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부적인 자구노력에 힘쓰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합리화를 통한 자구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우 특정 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만큼 채널의 업그레이드를 통한 비용 효율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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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은행과 보험 등 대표적인 금융산업의 채널 의존도가 70~80%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저성장·저금리 벽을 버텨내기 어렵다"며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비용 효율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가능성으로 부상한 정보통신기술(ICT) 발달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의 접근을 요구했다.

BCG그룹이 실시한 디지털금융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2년 20%에 불과했던 금융사 온라인 채널 이용 비중이 2020년께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나타났다. 황 대표는 특히 온라인 환경에서 고객들의 충성도가 더욱 강해지는 현상에 주목했다.

그는 "온라인 고객의 경우 자신들이 이용하는 금융회사에 대해 훨씬 더 끈끈한 충성도를 보이는데 특히 단순한 금융서비스 외에 다양한 금융거래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 관찰된다"며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디지털 환경에서 고객 충성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으로 이것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채널에 대한 시각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환경을 단순히 비용절감의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의 축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온라인은 오프라인 채널의 보조 채널이 아닌 상호보완 관계로 봐야 한다"며 "이것을 두고 옴니채널이라 부르는데 디지털 고객 확보전략은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진출 전략과 관련해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BCG그룹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해외사업 비중은 4%로 스위스(57%), 영국(51%), 일본(19%), 중국(8%)에 비해 현저히 낮다. 또 4대 은행인 우리·신한·국민·하나은행의 초국적지수는 1~3% 수준에 불과하다.

그는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영업을 위한 글로벌화가 아니라 자산운용처를 넓히기 위한 전략"이라며 "국내 은행들은 예대마진 의존율이 높은데 경제가 성장할수록 예대마진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래는 비관적"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금융산업의 고질병인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황 대표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을 보면 대형금융지주 계열사들의 성과가 가장 안 좋은데 이것은 사업가적인 마인드로 끊임없이 돌파하려는 거버넌스와 리더십이 결여됐기 때문"이라며 "커브 시프트 국면에서 승자가 되려면 뼈를 깎는 자구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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