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민주·정의·번영 성취자평/기업환경 개선·금융개혁등 과제 제시『우리는 경제의 활력을 되찾아야 합니다』(93년 2월25일 대통령취임사)
『97년에는 신경제5개년계획의 목표를 모두 달성하고 마무리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93년 3월19일 신경제관련 특별담화)
『우리나라가 이 지구상에서 기업활동을 하기에 가장 편리한 나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93년 4월16일 경제장관회의)
사실 경제활력회복, 기업환경 개선 등은 지난 4년간 우리 국민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얘기다.
집권 마지막해를 맞은 김대통령은 7일 가진 연두회견에서도 4년전과 같은 말을 했다. 이것이 김대통령의 올 신년휘호인 「유시유종」의 뜻은 아닐 것이다.
경제문제만 보더라도 신경제5개년계획중 성공한 부분과 미진했던 부분을 솔직하게 국민앞에 제시하고 남은 1년의 각오를 밝히는 것이 유종의 순리였다.
김대통령은 대신 지난 4년간 민주와 정의, 그리고 번영을 성취했다고 자평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입, 유엔 안보리와 경제사회이사회 이사국이 된 것을 국가번영의 예로 제시했다. 사회 각분야에서 자율과 창의가 넘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과 기업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불황의 심각성과 물가불안, 파업사태, 고용불안, 증시폭락으로 인한 후유증,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한 비효율성 등 국민생활의 실상과는 괴리가 적지않은 진단이다.
김대통령이 97년 국정운영의 첫번째 과제를 경제회복으로 제시한 것은 경제현실을 상당부분 인정한 셈이다.
기업환경 개선과 금융개혁, 고비용구조 타파, 물가안정과 국제수지 개선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김대통령은 금융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 수요자입장에서 금융산업을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기를 불과 1년 남겨둔 상태에서 경제전반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금융산업개편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칠지는 미지수다.
심각한 사태를 맞고 있는 노동계 파업사태에 대해서 김대통령은 『생산적 노사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며 화합을 호소하는데 그쳤다. 노사 양측이 돌파구를 열어주기를 기대한 것이 사실이다.
김대통령은 연말 대선과 관련 『적절한 시기에 전당대회에서 선출하되 당총재로서 나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말해 후보 조기가시화로 인한 권력 누수현상을 막고 국정운영의 고삐를 최대한 거뭐쥘 뜻임을 비쳤다.
김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경제와 안보를 두 축으로 하는 국정운영의 방향을 뚜렷하게 밝히고 대선에 대한 큰 줄기를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일반국민들의 어둡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고 희망을 주는데는 어딘가 미진했던 것으로 평가된다.<우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