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과거사-경제현안 분리 투트랙 전략… "명분·실리 함께 챙긴다"

■ 수교 50돌 한일 신시대 연다

"경색 지속 땐 외교·경제이슈 놓쳐" 현실론 수용<br>"집권 반환점 도는 올해가 양국 관계개선 골든타임"<br>가을 한중일 회담 맞물려 양자회담 성사 가능성도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한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접견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누카가 회장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특사 자격으로 방한했다. 왼쪽은 서청원 한일의원연맹 회장.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발전을 위해 협력해나가자"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제안한 것은 '투트랙'으로 양국 관계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함몰돼 다른 중요한 외교·안보 및 경제 이슈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현실론'을 받아들인 것이다. 과거사 문제는 별도로 후속협상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지만 이와 별개로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해나가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의 '거리 두기' 외교전략에서 벗어나 한일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과거사 분리, 투트랙 원칙=박 대통령은 그동안 한일관계 개선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내걸었다. 보수 강경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아베 총리는 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우리 정부의 기대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덟 차례의 한일 국장급 협의 과정에서 양국이 서로 양보하고 '교집합'을 찾아가면서 박 대통령도 입장변화를 보이게 됐다.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협의하고 다른 쪽에서는 북한 핵,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양국 간 외교·안보 및 경제 현안을 분리해 협상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일 양국이 이견을 보이는 사안이 있지만 현안은 현안대로 풀어나가면서 협력이 필요한 사안들을 중심으로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의 변화와 맥을 같이한다.


박 대통령은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12일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협상의 최종단계에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양국은 여덟 차례 국장급 협의를 통해 일본 정부가 사죄성명을 발표하고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약속하면 한국 정부가 문제의 최종해결을 보장하는 구상에 대해 대략적으로 의견접견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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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한일 외교장관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해서는 우리의 주요 관심사에 대한 입장을 (일본 측에) 분명히 전달했다"며 말을 아꼈다.

◇한일관계 개선 '골든타임'=오는 8월25일로 집권 절반의 반환점을 도는 박 대통령은 올해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골든타임으로 여기고 있다. 올가을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냉랭했던 양국 관계가 지속된다면 박근혜 정부는 한일관계에서 한 일이 하나도 없다는 역사적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이 양국 관계 개선에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지금이야말로 관계개선을 통해 실익을 챙겨야 한다는 전략적 계산을 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기념행사에서 "앞으로 새로운 양국 관계로 나아가는 원년이 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것도 한일관계 개선에 전향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태도변화를 보이고 있는 만큼 올해 가을 한중일 정상회담과 맞물려 한일 양자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군 위안부 △강제징용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일본 수산물 금수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쌓여 있지만 서로 양보해 타협 접점을 찾아간다면 양국이 실익을 챙기는 차원에서 정상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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