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실명제는 공약 하나를 후보 한명이 이름을 걸고 맡아 법안이나 예산 통과를 완수하는 것이다.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뚜렷이 책임을 물을 대상이 없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동안 국회의원의 공약 이행은 임기가 끝난 후 시민단체가 집계해 평가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더욱 적극적으로 투표 전부터 공약을 책임지는 사람을 밝히고 그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은 셈이다.
새누리당은 주요 5대 공약에 5명의 비례대표후보를 각각 붙였다. 박근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주도해 마련했으며 그는 선거 유세에도 이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예컨대 4대 중증질환에 건강보험급여를 지급하는 공약은 민현주 전 한국여성정책연구위원이 전담한다. 전세자금 이자 부담 경감은 안종범 공약소통본부장이 맡고 대학 간판 등 스펙에 의존하지 않는 청년 일자리 만들기는 정보기술(IT)업계 여성 경영인으로 유명한 강은희 후보가 나섰다. 새누리당 공약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이 드는 0~5세 무상보육은 조세전문가인 김현숙 후보가 전담한다. 그 밖에 비정규직과 사내 하도급 노동자의 차별 개선에는 항운노조위원장 출신인 최봉홍 후보가 19대 국회에서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통합당도 총선에 나선 비례대표후보들이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 해당하는 주요 정책들을 담당, 공약 발표를 주도하고 있다. 비례대표후보인 은수미 '더 좋은 일자리 추진' 본부장은 6일 국회에서 '방과 후 무상돌봄' 서비스의 단계적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육ㆍ일자리정책을 발표했다. 은 본부장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출신인 전순옥 박사와 함께 민주통합당의 노동정책도 담당한다.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의 김용익 보편적복지특별위원장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무상의료' 등을 주도한다. 재벌개혁은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출신인 홍종학 후보가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 밖에 3야전군 사령관 출신의 백군기 후보는 민주통합당의 대북정책을, 도종환 후보는 교육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이 밖에 통합진보당과 청년당은 공약실명제보다 한 발 더 나아가 19대 임기 동안 공약 이행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인 공공제안연구소의 마용철 소장은 "18대 국회의 공약 이행률이 30%에 그치고 의원은 1년에 한번 의정보고서를 내면 그만이었다"면서 "19대 총선 후보들이 공약실명제를 도입하고 이행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마 소장은 "실제로 19대 국회에서 이를 실천하는 과정을 유권자가 감시할 수 있어야 정치 무관심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