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북과 교역해온 노정호 씨피코국제교역 사장

◎“황장엽에 도움 많이 받았다”/조선족 수양딸의 비선조직 통해/김덕홍 남한 기업인과 계속 접촉/여광무역 러·중서 외화벌이 앞장지난 12일 주북경한국총영사관에 망명을 요청한 북한의 황장엽 노동당비서는 함께 귀순한 김덕홍 조선여광무역총회사사장, 중국조선족으로 황의 수양딸로 알려진 중국M무역공사 박모사장(35), 국내기업인 노정호씨 피코국제교역 사장 등으로 이어지는 비선조직을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14일 김총사장, 박사장과 잦은 접촉을 통해 대북교역을 수행해온 노 사장의 증언을 통해 밝혀졌다. 노사장은 또 박 사장이 지난 10일 상오 10시께 중국 연길에서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조금전 김덕홍 사장이 빨리 북경으로 피신하라는 전화를 걸어왔다.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고 물으면서 불안해 했다고 전했다. 이는 노 사장이 최근 언론에 공개된 황 비서 일가의 사진을 입수한 장본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황 비서가 망명을 상당기간 치밀하게 준비해 왔음을 보여준다. 특히 노 사장이 이같은 사실을 정부당국에 알렸을 것이므로 황 비서가 망명을 결행한 12일 이전부터 우리정부가 알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노 사장은 국내와 중국에서 폐지나 신문지 등 원부자재를 북한에 들여보내고 임가공료를 지불해 찻잔받침 등을 임가공, 국내로 들여온 바 있다. 또 지난 92년 북한 장수문제연구소가 개발해 김일성이 복용했다는 장생장청제 「양게론」도 수입했다. 나진·선봉지대 주변에 둘러친 철조망 수출도 그의 작품이다. 노사장은 『황 비서와 같은 큰 분들이 위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면 국내 폐신문 등을 사용하는 찻잔받침 임가공이나 북한 최고위층이 먹는 「양게론」은 들여올 수 없었다』고 말해 이 과정에서 김사장, 박 사장을 통해 황 비서와도 직·간접 접촉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박 사장의 소개로 김 총사장과 접촉하게 됐다는 노 사장은 『박 사장은 조선족 사업가로 황비서가 애지중지했다』고 말했다. 노 사장은 황 비서의 수양딸로 조선족 사업가인 박사장을 통해 김사장과 접촉하게 됐으며 김이 북한과의 무역거래에 대해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보증서를 보내줘 96년 2월 통일원으로부터 찻잔받침 등의 임가공 협의를 위한 북한주민접촉승인을 받았다. 노 사장에 따르면 김 사장은 능글능글하지만 장사꾼 냄새가 안나고 구수하며 정치인과 같은 스타일. 김은 북경에서 노사장 집에 전화를 걸어 「어떻게 지내느냐」 「별다른 일 없느냐」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 무역보다 황장엽의 개인비서 역할에 치중했고 북한에서 고위인사가 왔을때 이들을 수행하거나 중국 고위층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한국업체 관계자와의 접촉도 잦았다. 한편 북한문제에 밝은 한 재계소식통은 『노동당 중앙위 국제부에서 외화벌이를 위해 여광무역이라는 회사를 만들었고 김덕홍에게 사장직책을 맡겼을 것』이라면서 『여광무역은 러시아나 중국에서 농업합영, 탄광개발 등을 통해 외화벌이를 하는 회사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임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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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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