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인도 국외채권 발행 논의 탄력 글로벌 시장선 "그래도 역부족"

■ 긴박해진 신흥국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위기 재발에 대한 요란한 경고음에 인도를 비롯한 각국 정부의 대응도 다급해졌다. 위기의 진앙지로 지목되는 인도에서는 최초의 국외 채권발행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고 있으며 통화방어를 위한 금리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각국의 대책이 요동치는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여부다. 21일 주요 신흥국 주가와 통화가치 폭락세는 일단 주춤해졌지만 시장에서는 진정효과가 일시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불 붙은 금융위기 우려 때문에 자금이탈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신흥국 경제에 가해지는 시장의 압력은 취약한 경제가 감당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인도의 국가신용등급이 1~2년 내 '정크(투자부적격)' 등급으로 강등될 확률이 3분의1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루피화 가치가 폭락하고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불안이 이어지면서 인도가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S&P는 밝혔다. 현재 S&P는 인도에 대해 투자적격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BBB-'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킴응탄 S&P 아태 지역 국가등급 담당은 "인도의 장기적인 성장 전망이 악화하면 강등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인도 정책당국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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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실제 인도 정부와 중앙은행은 연일 루피화 가치와 국채가격을 방어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루피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며 금융위기 우려가 불거진 지난 20일에는 인도중앙은행(RBI)이 장기국채를 직접 매입하겠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인도 정부가 루피화 가치 방어를 위한 국외 채권을 발행하려 한다는 계획도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RBI의 대책에 힘입어 20일 장중 2001년 이래 최고치인 9.49%까지 치솟았던 인도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8.3%대로 급락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정도 대책으로 인도가 금융위기를 모면하기는 어렵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UBS 등은 루피화 가치가 앞으로 10% 이상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연내 루피화 환율이 달러당 70루피를 돌파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깜짝' 금리인상을 단행한 터키에 대해서도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터키 중앙은행은 20일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7.25%에서 7.75%로 올리기로 결정하며 지난달 0.75%포인트에 이어 0.5%포인트의 연속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로 했다. 터키는 올 들어 경기부양을 위해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나섰지만 5월부터 외국인 자금 유출로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고 물가가 치솟자 부득이하게 금리인상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2개월 연속의 가파른 금리인상에도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추가 인상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스탄불 소재 세커증권의 이브라힘 악스피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금리인상) 결정이 리라화와 채권시장에 일견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좀 더 공격적인 인상이 아니면 시장을 진정시킬 수 없다"며 수개월 내 추가 인상을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머지않아 금리가 10%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자 이탈에 따른 헤알화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브라질 역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도한 금리인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앞서 19일 알레샨드리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성명을 통해 "시장이 과다한 금리인상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포캐스트의 페드로 투에스타 남미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과 같은 취약한 경제에 대해 시장은 10% 이상의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톰비니는 시장이 자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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