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사태에 대해 11일 강경입장으로 선회, 사태추이가 주목된다. 정부는 사정이 여의치 못할 경우 공권력 투입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여전히 평화적 사태해결을 기대하며 일단 대화와 설득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다.
◇공권력 투입준비 완료=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출국 직전 이례적으로 국무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국무위원들에게 `단호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화물차량 차주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에는 정부측 책임이 많다”면서도 “폭력적 집단행동을 한다든지 운송을 방해한다든지 하는 집단적 위법행위를 할 때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도 “경찰이 섣불리 강경 대응할 경우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상황이 도를 넘는다고 판단되면 경찰력을 투입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수석은 “경찰은 여차할 경우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태세를 완비하고 있다”며 `경찰 투입준비 완료` 상황임을 시사했다.
◇위기관리 시스템 부재 우려=정부가 강경대응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현재를 `비상사태`로 판단한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침체, 북한 핵 문제,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으로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나쁜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대란이 일어나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후 국가정보원의 위기관리 기능이 약화되면서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이 붕괴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그 배경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옛날에는 (위기상황을) 국정원이 총괄했으나 지금은 그 부분을 국정원의 고유기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불안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계기로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히 지역에서 발생하는 위기사태와 관련한 지자체의 역할증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긴급 화물수송대책 마련=건설교통부는 이날 긴급 화물수송대책을 마련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수출입 컨테이너 등 긴급화물은 운송회사 직영차량과 화물연대 비가입 지입차량, 자가용 화물차량 등을 활용해 우선 수송하고 긴급 물동량의 경우 부산항과 수도권 복합화물터미널간 컨테이너 열차 수송력을 늘려 대처할 계획이다. 또 일부 화물은 연안해송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철도청은 부산항과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간 컨테이너 임시열차를 하루 21개 열차 420량에서 26개 열차 650량으로 늘렸다. 이렇게 되면 철도를 이용한 수송분담률이 11.6%에서 최대 19.6%로 늘어나게 된다. 건교부는 이날 오전 최재덕 차관 주재로 대한통운ㆍ동부ㆍ한진 등 10여개 대형 운송회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화물수송대책회의를 열고 화물연대와의 적극적인 협상을 당부했다. 건교부는 13일로 예정된 화물연대측과의 실무협의회에 앞서 12일 오전 노동부와 산업자원부 등 관계부처 국장급이 참석한 가운데 화물연대 요구사항에 대한 최종 정부 입장을 정리하는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