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획일적 평등주의

요즘 들어 우리나라는 자본주의를 지향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한 나라인 반면 중국은 사회주의를 지향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자본주의적 성향이 강한 나라라는 말을 부쩍 많이 듣는다. 이는 곧 우리 사회가 지나칠 정도로 획일적 평등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산업화 과정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 경제를 발전시킨 원동력,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도전적인 자세와 빨리빨리 현상도 획일적 평등주의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획일적 평등주의가 낳은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타인의 정당한 성취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 풍토가 그렇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말로 헌신ㆍ희생하는 정치인도, 기술과 상품 개발에 힘쓰면서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든 기업인도, 열심히 일해 땀 흘린 대가만큼 부를 성취한 부자도 획일적 평등주의 앞에서는 결코 인정받거나 존경받지 못한다. 또 모든 인과관계의 결과를 내가 아닌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사회적 현상도 따지고 보면 획일적 평등주의에서 기인한다. 문제의 원인이 자기 내부에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타인 또는 밖에서만 그 원인을 찾으려다 보니 정부 탓, 정치 탓, 언론 탓, 야당 탓, 부모 탓, 회사 탓 등 ‘남의 탓’이 우리 사회에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키르케고르는 자유에 대한 끝없는 욕망이 고독과 불안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궁극적인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 그 무엇에도 의지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럴수록 인간은 더욱 고독해지고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맞다면 우리는 자유 추구를 어느 선에서 멈추고 그 이상의 자유는 스스로 반납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남과 똑같아야 한다는 집착과 욕심이 사회적 불신과 갈등ㆍ분열을 조장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기보다 퇴보시킨다면 이제 우리 스스로 획일적 평등주의 추구를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추고 그 이상은 반납해야 할 것이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하지만 어렵다고 느낄 때일수록 미래에 대한 꿈과 이상을 높게 갖고 최선을 다하되, 지금 나와 우리 국민이 이뤄낸 성과와 현실에 만족하는 지혜로운 삶을 사는 것이 참된 여유와 평안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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