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월요초대석] 배창모 증권업협회장

대담 : 金 聖 泰 부국장겸 증권부장 /STKIM@SED.CO.KR『우리나라의 경제는 모두 증시로 통합니다. 증시가 활황을 보여야만 현안인 기업구조조정은 물론 실물경기 회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최근 증시가 과열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이제 비정상적으로 떨어졌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을 뿐이며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서는 주가가 더 올라야 합니다.』 IMF가 터진 직후인 지난해초 증권업협회장에 취임, 그동안 외국인들의 투자유치와 업계 Y2K문제 해결 등에 동분서주해 온 배창모(裵昶模·60·사진)회장은 『국내 증시가 대세상승 기조에 들어섰다』면서 『외국투자자들을 계속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맞춰 증권사들도 현재의 호황을 최대한 활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_최근 코리아 캐러번(KOREA CARAVAN), 국제증권업 연차총회, 뉴욕 세미나,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등 해외 여러 곳을 다녀오셨는데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보는 시각은 어떻던가요. 1년전만 하더라도 「우리에게 투자하라, 우리는 반드시 일어선다, 금모으기 운동은 우리 국민의 결집력과 위기극복의 의지다」라고 강조했지만 들은 척도 않던 그들의 태도가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지난해는 인적자원이 우수한 데다 신용카드·셀룰러폰·PC보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세계 최대의 철강 및 D_RAM 반도체 생산국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으나 약발이 먹혀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조조정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신흥시장 중 가장 투자유망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뉴욕세미나에서는 다른 나라의 경우 국가 원수까지 참석, 자국의 투자를 권유했지만 정작 현지 기관투자가와 분석가들은 한국을 최고의 투자대상국으로 꼽았습니다. _증시가 단기급등하면서 일부에서는 과열우려와 함께 실물이 뒷받침되지 않는 「거품증시」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과열도 아니고 폭등도 아닙니다. 우리 증시는 10년전, 5년전에 이미 1,000과 1,100포인트를 넘어선 적이 있습니다. 이제 제 위치를 찾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280대까지 떨어진 것은 IMF충격으로 너도나도 주식을 집어던지는 비정상적인 패닉현상 때문이었습니다. 숫자상으로 600이하 지수와 비교하면 안됩니다. 지수 600을 기준으로 하면 이제 200포인트 오른 셈입니다. 지금의 주가지수는 정부가 12. 12 증시안정화 대책을 발표할 때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물경기도 지난해 4·4분기에 바닥을 치고 급속히 호전되고 있습니다. _증시는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입니다. 증시가 좋아야만 기업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실물경기 회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증시활황이 기업 재무구조 및 수익 개선, 투자확대, 실물경기 회복 등 선(善)순환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말씀하신 바와 같이 증시가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고 기업내용이 좋아지면서 주가가 다시 오르는 선순환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IMF이후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업종간 경기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어려운 업종도 있지만 자동차의 경우 생산과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등 일부 업종은 호황인 느낌입니다. 균형된 감각에서 보면 실물경기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돈의 거품을 많이 걷어냈는 데 인플레 조짐도 없습니다. 이런 선순환이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한 경제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기업들의 구조조정, 재무구조개선 노력도 강화돼야 합니다. 증권시장은 기업, 투자자, 증권회사, 정책당국 등 시장참여자 모두의 노력이 합쳐질 때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_최근 가파르게 오르던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제반 증시여건을 감안할 때 단·중장기 증시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 1년간 기업들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투명성을 확보하고 지분구조와 회계기준 등의 제도정비도 이뤄졌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적인 공신력이 올라가 외국인들의 증시 참여가 크게 늘었습니다. 간접투자상품도 대거 등장하면서 저축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증시주변 여건이 좋아져 올해는 지수가 1,000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2~3년후 전망은 조심스럽습니다. 이제 국내시장이 해외에 완전히 노출돼 있기 때문에 전세계 경제여건과 맞춰봐야 됩니다. 수출시장이 어떤 충격을 받을 지 알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세상승 기조는 확실합니다. 해외에서 돌발변수만 생기지 않는다면 장기간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_증시가 직접자금 조달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올해말까지 증시 공급물량이 40∼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주가상승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시장에서 큰 충격없이 이를 소화해 낼 방안은 있는지요. 솔직히 걱정됩니다. 지난 87~88년에도 공급물량이 많았는 데 89년 천정을 찍은 후 5년간 고생했습니다. 후유증없이 이를 소화하려면 주가가 1,000포인트는 돼야 합니다. 현재 시가총액의 20%를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데 물량소화를 위해서는 외국인 비중이 5%정도 더 늘어나야만 됩니다. 최근 외환보유고가 550억달러에 달하면서 환율이 하락해 수출에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 외자유입을 억제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그러나 증시에는 외국자금이 더 들어와야 합니다. 넘치는 외자는 다른 측면에서 관리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_최근 정부가 증시과열 우려 표명과 함께 증시에 개입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주가가 크게 출렁거렸습니다. 증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IMF후 우리는 외국인들에게 시장경제 원리와 민주주의를 지킬 것을 약속했습니다. 이 때문에 공신력이 올라가 수백억달러가 증시에 유입됐습니다. 상황이 호전됐다고 해서 외국인들의 믿음을 깨면 안 됩니다.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과거의 타성에 의해 간섭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경제가 움직이도록 해야 합니다. 증시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절대 안됩니다. 세계의 기준에 맞도록 제도와 법을 정비하는 작업은 계속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책과 간섭은 다릅니다. 투자자보호 측면에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해줘야 합니다. _금융산업이 급격한 구조변화를 겪으며 경쟁심화가 예상됩니다. 외국 대형증권사들의 국내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는데 증권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선진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합니까. 금융, 특히 증권은 지식산업의 핵심입니다. 증권은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국내 대형 증권사라 할 지라도 외국증권사와는 규모나 노하우에서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열세입니다. 외국증권사들이 상륙하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국내시장에만 투자하는 상품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고수익 상품 가운데 투자자들이 어느 것을 택하겠습니까.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의 호황을 잘 활용해 원가절감과 함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전산시스템을 아웃소싱하거나 리서치도 외부 연구기관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비용절감으로 생긴 여력을 다양한 상품개발과 함께 선진 금융기법을 축적하는 데 집중 투자해야 합니다. _수수료 자유화, 주식형 수익증권 등 간접투자상품 판매급증, 사이버거래 활성화, 디스카운트 브로커 등장 등 증권사 영업환경이 크게 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대한 견해와 대처방안은. 이에 따라 21세기 증권산업은 어떻게 바뀌고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 육성되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방금 말씀드린 대로 투자자의 욕구를 충족시킬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여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외국의 예를 보면 매매수수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로 인해 도산하거나 인수합병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비교우위에 있는 일정분야의 업무를 특화 또는 전문화 하여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한때 세계 랭킹 최상위를 차지하던 일본 증권회사들이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훨씬 영세한 국내 업체들은 그만큼 체질강화가 시급합니다. _올들어 벤처·중소기업을 위한 코스닥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일반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내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거래체결이 지연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의 해결책은 갖고 계신지요. 코스닥에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많습니다. 벤처기업들의 자금공급원이 되도록 적극 육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매매체결지연의 경우 지난해 하루 평균 2,000여건에 불과하던 매매건수가 올들어 6∼7만건으로 급증했기 때문인 데 전산설비가 증설되는 6월이면 해결됩니다. 그리고 등록기업에 대한 정보 제공을 위해서 내년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공시를 실시하는 한편 증권사 등에 코스닥 종목 전담 분석가를 두도록 유도할 예정입니다. 또 현재 1년에 두번 공시하고 있는 재무제표를 분기마다 공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입니다. _아직도 증시, 주식투자하면 복마전이나 투기를 연상하고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주식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적은 상황입니다. 증시가 맡고있는 막중한 역할과 기능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에게 잘못 인식되면서 제 대접을 못받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증권홍보 등 이에 대한 대책은 갖고 계신지요. 증권시장은 경제의 혈관이자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힘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주식투자는 경제 등 다방면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자기절제가 뒷받침돼야만 성공할 수 있는 고급 투자수단입니다. 그리고 투자결과가 국가경제를 살찌우게 하는 애국행위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협회는 일반인들의 증권시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 그동안 홍보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입니다. _증권업협회장에 취임하신 후 Y2K문제 해결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셨는데 회원사들의 준비는 잘 돼가고 있는지요. Y2K문제는 해결시한이 정해져 있다는 점과 시한이 닥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를 실질적으로 경험할 수 없다는 데 심각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기한내에 반드시 해결해야 될 금세기 최대의 과제입니다. 협회에서는 지난해 6월 「Y2K 특별대책반」을 발족하고 KAIST교수들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매월 추진실태를 점검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 왔는 데 증권업계에서는 이미 Y2K문제 해결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조만간 외국기관에 의뢰, 검증도 받을 예정입니다. Y2K는 증권업계만 해결됐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금융분야나 다른 업종에서 자문을 구해 오면 언제든지 도움을 드릴 생각입니다. _마지막으로 증시가 활황을 보임에 따라 너도나도 주식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정부나 투자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식 투자는 정말로 신중하고 전문성을 가지고 해야 합니다. 충동투자는 우리 증권업계는 물론 한국경제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증시활황때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본 투자자가 적지 않았음을 상기할 때 냉정한 투자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증권시장 상승기조를 부작용 없이 지켜나가고 오랜만에 형성되고 있는 일반인들의 투자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이제는 상장회사, 증권사, 정부 등 시장 참여자 모두가 나서야 합니다. /정리=문병언 기자 MOONB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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