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9월 29일] 스마트TV 경쟁의 관전포인트

스마트TV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이 도화선이 타들어가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어떻게 전개될 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지만 간단치 않은 상황이 되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염두에 두고 향후의 상황을 지켜보면 더욱 흥미가 있을 것이다. 먼저 정부의 역할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9월7일 산업계ㆍ방송사ㆍ관계기관 등이 참여하는 '스마트TV 포럼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대응이 늦어져 선수를 뺏겼다는 지적이 있었던 터라 이번에는 발빠른 행보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의 말처럼 가전ㆍ통신ㆍ방송ㆍ소프트웨어ㆍ콘텐츠 등이 융합된 생태계의 육성을 위해 민관 합동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민관협력·기술표준화가 분수령 지난 1989년 우리 정부는 산업자원부ㆍ정보통신부ㆍ과학기술부 등 3개 부처와 17개 기관으로 구성되는 'HDTV 공동개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때는 이미 기존 아날로그 HDTV 분야에서 일본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그 구도를 탈피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디지털 기반의 HDTV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연구개발(R&D) 컨소시엄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둘째, 기술표준에 관한 것이다. 최근 하이테크 제품들의 경우 가격이나 품질보다 표준선점의 경쟁이 더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스마트TV도 예외가 아니다. 스마트TV에서는 플랫폼ㆍ콘텐츠ㆍ하드웨어 등 구성요소를 둘러싸고 경쟁이 이루어지는데 현재 경쟁구도에서 한 발 앞서가는 구글과 애플, 그 뒤를 바짝 좇는 삼성과 LG, 이어서 나타날 수많은 후발업체들 간에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구글은 소니 등과 제휴해 금년 하반기에 구글TV의 출시를 발표했고 애플은 종전의 애플TV를 대체하여 새로운 개념의 iTV를 오는 2011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8월 말 미국에서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 개발자회의'를 개최해 공격적인 대응태세를 갖췄다. LG전자 역시 9월 초 베를린에서 열린 전자박람회(IFA)에서 독자 개발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TV를 공개했다. 이중 어느 업체가 기술표준을 선도해 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셋째, 시장전망에 관한 것이다. 스마트TV가 미래의 신시장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얼마만큼의 폭발력을 가질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으로 형성되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는 PCㆍ휴대폰ㆍTV 중 어느 것을 기반으로 하느냐에 따라 상이한 시장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인터넷TVㆍ케이블TVㆍIPTV 등과 차별화해 스마트TV가 이들을 뛰어넘는 시장효과를 발휘할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또 스마트TV에 주력하는 한국 전자업체와 달리 일본기업들은 여전히 3D TV에 전념하는 모습이다. 미래시장 선도할 묘안 도출을 미국이나 유럽 업체들의 선택이 어떠할지도 미지수이다. 수많은 포스트 디지털TV의 분야 가운데 어느 제품이 시장의 선도자가 될 것인지 TV 교체가 기대만큼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1990년대 말 민관협력의 HDTV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기업들은 디지털TV의 중요한 기술능력을 구축했고 그 결과 TV산업이 엄청난 시장성과를 거뒀으며 마침내 세계 1위에 오르게 됐다. 가전의 대표격인 TV산업에서 후발주자인 한국이 주도권을 갖게 된 데는 정부주도의 대응이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디지털TV의 다음 세대, 즉 포스트 디지털TV의 분야에 속하는 스마트TV에서도 이러한 방식이 통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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