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술거래시장 활성화 위한 지상 좌담회] "R&D투자 넘어 기술 사업화 적극 나서야"

공공분야 성과 불구 민간기술판매는 5.4% 그쳐<br>사업화→부가가치 창출→R&D투자 선순환 필요<br>연구자는 개발만… 권리화 등 정책지원 바람직<br>현행 담보대출 방식 기술금융제도도 개선해야

김경식 정책관

손영복 사장

심규태 대표

홍국선 교수

최근 열린 ‘아시아 기술이전 컨퍼런스 2008’은 기술이전 및 사업화의 중요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중요한 행사였다. 이 행사에는 이틀에 걸쳐 국내외에서 1,000여명의 전문가 및 관계자들이 참석해 최신 기술거래 현황을 파악하고 정보공유를 위한 네트워킹 확산에 나섰다. 서울경제는 최근 국내 기술 및 산업계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국내 기술이전시장 현황을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술거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지상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한 김경식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정책관, 홍국선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심규태 CFO스쿨 대표, 손영복 한국기술거래소 사장은 한목소리로 “이제 우리도 R&D 투자에 그치지 않고 이를 사업화하기 위한 기술이전시장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식 지경부 산업기술정책관=기술거래시장을 얘기하기에 앞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연구개발(R&D)이라고 생각합니다. R&D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래 성장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경제ㆍ산업 발전의 견인차입니다. 올해 정부의 R&D 예산은 10조8,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그동안 양적 성장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R&D의 질적 성장이나 투자 효과성은 미흡하다고 판단합니다. ▦홍국선 서울대 교수=R&D의 질적인 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구자들이 산업이 필요로 하는 분야보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만 대상으로 과제를 기획하고 도출하는 게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되는 것이지요. 또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개발된 기술을 기업이 쓸 수 있도록 기술을 수정ㆍ보완하거나 가공하는 연구에 대한 지원이 미흡합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개발을 초대형 기술로 볼 경우 그 아래 단계에 위치하는 워드ㆍ엑셀ㆍ포토숍 등의 기술을 개발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심규태 CFO스쿨 대표=R&D 투자는 국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입니다. 여건이 되는 한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다만 R&D 투자 자체에 그쳐서는 곤란합니다. 결과물을 염두에 둔 지원이 돼야지요. 개발 결과를 사업화하고 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해 결과를 다시 R&D로 투자하는 선순환이 필요합니다. 정부도 이런 과정에는 동의하고 있는 듯하지만 개발자의 입장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연구 결과로 사업을 하는 주체, 즉 시장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김 정책관=정부도 기술이전의 필요성을 인식해 지난 2000년부터 기술이전촉진법을 제정하고 기술거래소를 설립하는 등 공공 R&D 성과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 결과 화학ㆍ기계ㆍ표준ㆍ생명연구소와 서울대 등을 통해 대형 기술이전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현상황을 보면 공공 분야와 공급자 위주 시장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반면 민간 분야와 수요자 중심의 시장은 아직도 발전이 더딘 편입니다. ▦손영복 한국기술거래소 사장=민간의 경우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이전 분위기 조성이 아직은 미약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사업화하는 건수가 10건 중 7건입니다. 기술이전으로 볼 수 있는 기술판매는 5.4%에 불과한 수준이지요. 대기업의 경우 그룹 내부개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삼성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외부에서 찾겠다는 발표를 1년 전에 했듯이 점차 외부에서 R&D 기술을 사오는 사례가 늘어날 겁니다. ▦심 대표=민간 영역은 아직까지 외부에서 기술을 들여와 혁신을 이루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인색합니다. 모든 것을 자체 통제하에 두는 것을 선호하지요. 사업성이 높은 좋은 기술을 발굴해 사업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외부 기술을 도입해 성과를 내고 그 부가가치를 기술유통 과정에 참여한 모든 당사자에게 나눠주는 데 관심을 기울일 때입니다. 중소기업들 역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것보다 외부의 기술을 사와 고부가 구조로 변환하는 데 초점을 두면 개별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더 나은 효과를 낼 것입니다. ▦홍 교수=국내 기술거래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문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기술거래는 기술개발과 전혀 다른 비즈니스의 영역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연구자에게 기술은 물론 시장ㆍ재무ㆍ계약ㆍ사업화ㆍ기업정보 등 모든 것을 요구합니다. 연구자는 논문을 내놓으면 할 일을 다 한 것입니다. 이후 이 기술을 권리화하고 나아가 거래로 연결시키는 작업은 또 다른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지요. ▦김 정책관=정부는 민간 기술거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선 민간 주도를 위해 기술거래소의 직접 기술거래 및 인수합병 기능을 민간에 이양하고 대학ㆍ연구소 기술이전조직(TLO)의 일부 기능을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기술기획부터 자금유치ㆍ마케팅에 이르는 사업화의 전과정을 지원하는 기술사업화 전문회사를 육성하려고 합니다. 내년 상반기 중 이에 필요한 시행령 제정 등 법률작업을 완료할 예정입니다. 대학과 연구소가 보유 기술을 출자하고 민간이 자본을 대 설립하는 기술지주회사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를 위해 대덕특구 내 연구소가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없도록 돼 있는 문제도 허용하는 쪽으로 해결할 방침입니다. ▦손 사장=기술거래소 업무를 민간영역으로 넘기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보완책은 필요합니다. 지난 2003년 이후부터 정부는 지역 테크노파크(TP)나 대학 등 공공 부문의 기술이전 조직에는 활발한 지원을 해왔지만 민간 기술거래 전문회사를 위한 지원은 부족했습니다. 따라서 직접 기술거래 기능 등이 민간으로 이양됐을 때 민간회사와 협력을 촉진할 수 있도록 지원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홍 교수=정부 정책방향의 초점을 R&D에서 기술이전 쪽에도 맞추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또 다른 축인 권리화에 대한 지원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권리화란 쉽게 얘기해 특허를 내서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연구자가 쓴 원고(논문)를 남에게 팔 수 있게 책(특허)으로 만들어내는 일이지요. 그런데 특정 기술이 세계시장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최소한 미국ㆍ일본ㆍ유럽ㆍ중국ㆍ대만 특허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한건 출원하는 데 수천만원이 드는 특허작업을 연구자 개인에게 맡겨뒀습니다. 정부는 기술사업화의 축을 R&Dㆍ권리화ㆍ기술이전 등 세 개로 나눠 각각 3분의1씩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김 정책관=기술이전에도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금융입니다. 기술금융은 기술개발-창업-사업화-성장 등 기술혁신 과정에 소요되는 자금을 기술력 중심의 평가를 통해 공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부는 기술금융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해 민간대출 활성화, 정책금융, 민관공동투자펀드 조성 등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정책을 펴나가고 있습니다. 민간대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협조융자(민간 신용대출과 정책금융 연계)와 합성대출유동화(대출채권 유동화), 정책금융에서는 R&D 프로젝트 보증(R&D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평가해 보증), 민관공동투자펀드로는 기업벤처캐피털(정부와 대기업이 공동 출자하고 이를 대기업의 협력기업에 투자) 등을 추진하고 있습다. ▦홍 교수=현 기술금융은 크게 담보를 잡고 대출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창업자가 담보를 날릴 수 없어 죽여야 할 기업을 죽이지 못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벤처기업은 다산다사로 가야 하는 게 원칙인 만큼 현행 대출방식을 개선해야 됩니다. 또 민관이 매칭 형식으로 투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간이 투자할 때 정부 투자를 감안하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효과가 낮아집니다. 즉 민간투자자는 어차피 자기 때문에 정부 투자가 들어간다고 보고 해당 기업의 프리미엄을 깎게 되는 거지요. ▦심 대표=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할 때는 위험정도, 즉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매우 중요한 잣대입니다. 기술을 개발해 상업화하는 과정은 불확실성이 상당히 큽니다. 성공 여부를 손쉽게 점칠 수 없기 때문에 금융의 입장에서는 위험한 분야지요. 민간이 꺼리는 만큼 정부가 떠안아줘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와 금융기관은 말과 행동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벤처캐피털의 경우 위험성이 높은 사업을 피하면서 일반 금융회사와 비슷한 정도의 리스크 테이킹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말로는 벤처캐피털이라고 합니다. 개별 제도를 언급하기보다 리스크 테이킹을 어느 수준까지 보장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손 사장=개별적 금융제도를 이야기하기보다 원론적인 얘기를 할까 합니다. 기술금융은 크게 두 가지 형태입니다. 기업에 기술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하든지 기술을 믿고 투자하든지 둘 중 하나지요. 어느 쪽이 됐건 핵심은 기술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 신기술을 제대로 평가할 만한 인력이 없습니다. 기술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녔는지, 사업화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개별적인 기술금융제도도 이런 인력개발이 선행돼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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