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자금을 어떡하나…" 정치권도 기업도 고심

정치권 실탄없어 "이대론 선거운동 불가능"<br>대기업도 "유력후보 요청 거절 쉽지않을것"

“대선 후보 진영에서는 (정치자금은) 혈액과 같습니다. 하지만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않습니다.”(A 대선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 “아직 (대선자금 지원) 요청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대선 후보가 요청한다면 쉽게 거절하진 못할 것입니다.”(A그룹 고위관계자) 대통령 선거를 50일 앞두고 각 정당이나 후보 진영, 대기업의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엄청난 선거자금이 필요한 대선 후보들 입장에선 선거자금법에 규정된 실탄(선거자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하지만 예전처럼 기업들에 뭉칫돈을 요구할 수도 없다.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통과의례처럼 진행됐던 불법 선거자금 수사가 기억에 생생하다. 그렇다고 강력한 후보가 음으로 양으로 지원을 요청한다면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 이해가 엇갈리거나 맞물리는 양측의 표정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긴박하다. ◇“이대로는 선거운동 불가능하다”=선거법에서 개별 정당이 대선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금 한도는 약 465억원. 이 가운데 올해 대선과 관련한 선거보조금은 총 284억원으로 교섭단체인 대통합신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110억~120억원씩 가져갈 수 있다. 4ㆍ4분기 정당보조금인 71억원가량도 양당이 30억원 안팎으로 나눠 받을 예정이다. 때문에 양당은 465억원 중 300억원 이상을 스스로 ‘알아서’ 채워야 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대선 후보와 정당에 대해 대선 기간 동안 일체의 후원금을 받을 수 없는 만큼 결국 당비로 수백억원을 거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양당은 이에 대해 “모금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선언 외에는 나올 게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일부 대선 후보 진영에서 최근 ‘부족한 선거자금을 기업 지원으로 채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거론됐다는 후문이다. 워낙 급하다 보니 이런저런 가능성을 모두 검토하는 모양이다. 주변의 눈초리가 워낙 매서워 선뜻 손을 대지 못하지만 ‘현행법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대기업도 “강력한 후보 요청 거절 쉽지 않아”=주요 대기업은 현재로서는 ‘남의 굿’쯤으로 바라보고 있다. 각 정당의 후보가 난립한 만큼 후보 캠프나 정당에서 기업을 향해 손을 벌리기가 쉽지 않은 정국이다. 설사 손을 벌린다 해도 기업이 쉽사리 움직일 조짐도 없다. 삼성이나 LG, 현대ㆍ기아차 등 주요 그룹들은 “지금까지 대선 후보로부터 선거자금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게 없으며 임직원들에게도 정치자금과 관련해 신중하게 행동하라고 지시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여권 후보가 단일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달 중순 이후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강력한 대선 후보의 캠프에서 실탄 지원을 요청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를 단호하게 거부할 재간이 없다. C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각 정당의 후보가 난립한 상황에서는 캠프나 정당의 요청은 약발이 먹히질 않는다”면서 “여권 후보가 단일화되거나 2명의 강력한 후보가 대치되는 상황에서는 대선 보험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D그룹 관계자는 “지금도 일부 캠프에서는 임원들에게 개인 자격으로 지원을 요청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임원의 후원도 후원자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범위(100만원 미만) 안에서 이뤄지는 만큼 정치권의 고민이 대기업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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