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4일] LG의 변신을 보며

지난 2006년 청와대를 출입하던 시절 기자는 조금은 놀라우면서도 당혹스러운 소식을 접했다. 국내 재계 순위 4위인 LG그룹의 유동성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단순히 시장에서의 뜬소문이 아니라 국정을 책임지는 ‘당국자’의 입에서 나온 터라 긴장감은 더했다. 외환위기 직후 대우그룹의 붕괴를 보며 ‘대마불사의 신화는 더 이상 없다’는 점을 확인한 기자로서는 LG의 흔들리는 모습에 기사적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에 대한 우려감으로 더욱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로부터 2년 후. 다시 출입처를 재계로 바꿔 LG를 본 뒤 기자는 솔직히 또 한번의 ‘즐거운 놀라움’을 맛봤다. 우선 확 달라진 그룹의 실적. 유동성 위기설의 진앙지였던 LG디스플레이(옛 LG필립스LCD)는 당시 8,000억원이 넘는 손실에서 올 1ㆍ4분기 8,810억원의 흑자로 돌아서 있었고 흔들리던 LG전자는 6,053억원의 분기 최고 이익을 올리고 있었다. 더욱 놀란 것은 직원들의 의식이었다. 사석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던 LG전자의 한 간부는 “지난 몇 년간의 변화를 보면 저도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5년 후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 없어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무엇이 한 그룹을 이토록 바꿔놓았을까. 며칠 후 열린 남용 LG전자 부회장의 간담회는 ‘달라진 LG’의 진정한 이유를 확인시켜줬다. 언론의 중심은 “GE 가전 부문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발언으로 쏠렸지만 기자의 관심은 오히려 2시간가량 진행된 남 부회장의 발언 흐름에 가 있었다. 지난 3년간 주창해온 ‘인사이트 경영’ ‘고객가치 경영’을 중심으로 한 그의 발언에는 시종 자신감이 묻어났고 “5년 안에 회사를 확 바꾸겠다”며 내놓은 세부전략에서는 그룹의 변신에 대한 진정한 이유가 담겨 있었다. 2003년 국내 재벌로는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 재벌의 틀을 버리고 계열사별 독립경영 체제로 들어선 전문경영인의 전형이 배어 있었던 셈이다. 이제 한달 후면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계열사별 ‘나홀로 경영’을 시작하는 삼성. 그들에게 LG의 변신은 기업의 덩치를 떠나 어쩌면 한발 앞선 모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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