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 금융기관 감원 회오리/인력·조직축소 등 대대적 구조조정

◎페레그린­전체 30% 500명 해고/웨스트민스터은­대출부서 55명 감축/TA증­연구부서 아예폐쇄아시아지역의 금융가에 대량 해고라는 매서운 찬바람이 불고 있다. 각국의 금융기관들이 최근 불어닥친 아시아의 금융위기로 막대한 투자손실을 보고 있는데다 증시의 거래량마저 격감하면서 생존마저 위협받는 벼랑끝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금융기관들은 인력 감축, 조직기구 축소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원바람이 지난 94년수준을 훨씬 웃도는 사상 최악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더욱이 연말 보너스 지급을 앞두고 감원바람은 더욱 거세게 휘몰아칠 전망이다. 홍콩에 본부를 둔 페레그린 인베스트먼트사의 경우 금융 혼란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케이스. 최근 몇년간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며 1천8백여명의 직원들을 거느리고 있는 페레그린은 다른 투자은행과 달리 거의 전적으로 아시아시장에 의존하고있는 결정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이 바람에 페레그린의 경영수익도 급격히 악화돼 지난 6월말 이후 4개월새 모두 3억7천만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이에따라 페레그린은 28일 본사·해외직원을 통털어 모두 5백여명을 해고키로 했다. 전체 직원의 30%가 한꺼번에 물러나는 셈이다. 런던에 본부를 둔 내셔날 웨스트민스터 뱅크사도 일찍이 감량경영에 돌입, 이달초 아시아지역의 대출부서인력 55명을 해고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회사관계자는 『우리는 이를 악물고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주에는 레먼 브라더즈 아시아사가 런던 및 아시아지역의 개인고객부문을 프루덴셜 시큐러티그룹에 양도키로 결정하는 한편 주식파생상품 거래본부를 홍콩에서 동경으로 옮겨 버렸다. 필리핀에서는 이미 많은 금융기관들이 감량경영에 돌입했다. 필리핀 TA증권은 최근 연구부서를 폐쇄하고 7명의 책상을 아예 치워버렸다. 이같은 리스트럭처링(구조재구축)은 홍콩은 물론 콸라룸푸르, 동경, 서울 등 아시아 전역에 하나의 유행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최근 산와(삼화)은행이 금융기관 종사자의 5.7%인 32만명이 실직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아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최근 문을 닫은 야마이치(산일)증권은 7천5백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는 충격파를 던졌다. 그러나 이같은 살벌한 분위기에서도 한가닥 희망은 남아있기 마련이다. 금융기관의 상담서비스나 M&A(기업인수·합병) 등 이른바 틈새시장이 바로 그것. 일부 금융기관들은 직접투자와 관련된 전담팀을 새로 구성하는가 하면 M&A에 노련한 전문가들을 찾아 나섰다. 특히 미국계 투자은행들은 뉴욕증시의 장기호황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밑천으로 오히려 아시아지역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발벗고 나섰다. 메릴린치증권 아태지역법인의 피터 클라크 회장은 『우리는 M&A팀을 꾸준히 보강하고 있다』면서 『최근 본사가 머커리펀드를 인수함에 따라 펀드관리인력을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그는 대학졸업생만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겠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아시아 전체를 뒤덮고 있는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그 어느해보다 차가운 겨울을 맞고있다.<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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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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