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더 늦으면 경쟁서 밀린다" 승부수

이건희 회장, 4년 만에 화두 제시 <br>스마트혁명 주도 애플에 자극<br>"악착같이·지금 당장" 표현 쓰며 "소프트파워 키워라" 강한 독려

이건희(오른쪽 두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서 신종균(〃) 무선사업부장으로부터 모바일사업 현황과 신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29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 수원디지털시티에서 열린 '2011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서 "지금 당장"이라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만큼 지금이 삼성전자에는 매우 절박한 위기상황이라는 뜻이다. 이 회장은 ▦소프트 기술 ▦인재 ▦특허를 3대 핵심 과제로 제시한 뒤 "지금 당장" 확보할 것을 지시했다. 삼성전자의 취약한 부분이 바로 이 세 분야이고 조금만 늦으면 애플ㆍ구글 등 경쟁 정보기술(IT) 기업들보다 크게 뒤처질 것이라는 마지막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특히 이 회장은 소프트웨어ㆍ디자인ㆍ서비스 등 소프트 분야 기술은 '악착같이' 배워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 아이폰 상륙으로 스마트폰 일격을 당한 뒤 갤럭시S 등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애플 제국'으로 불리는 애플의 소프트 파워에 여전히 크게 밀리고 있다는 초조감이 이 회장을 조바심 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애플은 아이튠즈ㆍ앱스토어ㆍ아이북스 고객으로 2억2,500만명을 확보했다. 아이팟ㆍ아이폰ㆍ아이패드 등 모바일 단말기 판매량도 총 2억2,200만대에 달한다. 거대한 콘텐츠 장터를 구축하면서 아이패드 등 단말기 판매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 이에 더해 애플은 조만간 독자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개시한다. 이렇게 되면 고객들은 오직 애플 제품만 써야 해 애플의 지배력이 한층 커질 확률이 높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휴대폰ㆍPC 등을 글로벌 일류상품으로 키우기 위해 하드웨어 개발에만 매진해왔다. 애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웹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소홀했고 그런 IT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무관심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부랴부랴 독자적인 클라우드서비스를 추진하는 등 소프트 파워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의 강한 독려는 세계 제일의 소프트 파워를 시급히 육성, 애플을 넘어 세계 1위의 IT 기업을 만들려는 승부수인 셈이다. 이 회장이 "소프트웨어 인력은 열과 성을 다해 뽑고 육성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반도체 개발 등을 위해 S급 인재들을 영입, 육성했듯이 소프트웨어 인재들을 적극 채용, 단시간 내에 애플을 넘어설 소프트 역량을 확보하라는 것. 이에 따라 국내 IT업계에 스카우트 열풍을 불러온 삼성전자의 인재 확보전이 국내외 업계에서 더욱 거세게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ㆍ특허괴물 등과 특허분쟁을 겪으면서 원천ㆍ응용기술 권리 획득과 방어가 지상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삼성전자는 현재 애플과는 스마트폰, 오스람과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놓고 전쟁 수준의 특허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회장이 특허를 3대 핵심 과제에 포함시킨 것은 결국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술경쟁에서 밀리는 순간 존립마저 위태로울 수 있고 실제 그런 조짐들이 생기고 있다는 시그널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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