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의 암담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8월말 현재 청년실업률은 6.9%로 전체 실업률 3.3%의 배를 웃돌고 있다. IMF 이후 지난 98년 12.2%에 달했던 청년실업률은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들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취업학원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가 하면 일부 대학취업정보 사이트에서는 취업희망자들에게 유흥주점 취업을 권유할 정도다. 더욱 암담한 것은 경제활동가능인구 중 취업율이 10년째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는 OECD의 `2003 고용전망` 보고서의 분석이다.
따라서 정부가 내놓은 청년실업대책은 오히려 만시지탄이 있다. 정부는 내년 실업대책 예산을 올해보다 50% 늘려 13만명에게 일자리와 연수기회를 제공하고, 인턴제 지원대상기업을 종업원 300명 미만에서 1,000명 미만으로 확대하며, 대졸 미취업자에게 주문형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등 전방위 처방에 나섰다.
청년실업이 늘어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하지만 OECD 분석처럼 근원적으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경제구조상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삼성전자의 경우를 보면 10년전 4만7,000명의 근로자에 8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지난 연말 기준으로 매출 40조원에 근로자 수는 4만6,500명이어서 엄청난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졌다. 지난 97년부터 2002년까지 줄어든 청년층 일자리 50만개 가운데 대기업과 공기업 등에서 33만개를 차지했다.
특히 기업들이 신규채용보다 경력직 채용, 공개채용보다는 수시채용을 각각 선호하는 등 기업의 학교교육 불신이 만연한 마당에 교육의 질적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청년실업을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인턴제를 확산하고 해외시장 개척인력을 적극 양성하는 등 산학협력을 적극 강화하는 태도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 신규채용을 늘리고 문화유산ㆍ해양오염 데이터베이스 구축인원을 확충하며, 문화관련 지도사 등을 배가 시키는 등의 단편적인 일자리 창출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복지 차원의 취로사업예산을 늘리는 것도 장기적으로 청년실업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년실업은 우리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을 사회의 낙오자,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것이고, 사회불안과 성장잠재력의 고갈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정부는 청년층이 안정된 직장에서 미래에 대해 희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보다 근원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현상경기자 hs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