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 물가苦, 나누면 작아진다

지난 18일 오후 신세계이마트 가양점. 이마트에 자체상표(PL)제품을 납품하는 중소협력업체 대표 5명이 매장을 찾았다. 자신들이 납품하는 PL상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체크하고 개선사항을 듣기 위해 현장에서 일일 판매사원으로 변신했다. 이마트에 제조김을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브랜드력과 마케팅 능력이 부족했는데 이마트가 이를 채워주고 있다”면서 “대형마트가 열심히 팔아주니 우리는 품질만 높이면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마트가 가격혁명을 선언하고 PL상품을 대폭 늘리면서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간 갈등이 증폭됐었다. 브랜드 1위 제조업체들은 대형마트가 PL 상품을 밀기 위해 자사 제품을 홀대하고 있다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일부 중소업체 역시 대형마트에 PL제품을 납품하면서도 마진이 너무 박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이마트 가양동점에서 만난 중소업체처럼 윈윈의 사례도 많다. 한동안 잠잠했던 제조업체와 대형마트 간 갈등이 올들어 다시 표출되고 있다. 이번에는 가격인상 문제다. 이미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는 밀가루값 상승에 따라 스낵류 값이 줄줄이 오르고 유제품과 음료 등의 가격도 상승했는데도 불구하고 대형마트들은 아직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대형마트들은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알지만 자신들도 소비자들의 부담 증가에 따른 매출 감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조업체들은 대형마트들이 저가 정책만을 고수하기 위해 제조업체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한다. 양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이 역시 대형마트와 제조업체가 PL상품을 둘러싼 갈등을 협상으로 조금씩 해소해가듯이 같은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제조업체와 대형마트가 협력, 원가상승에 따른 가격인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포장지 재질을 바꾸고 유통단계를 더 축소하는 것 등도 한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래야만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뿐 아니라 소비자도 그나마 웃을 수 있다. 지금은 제조업체ㆍ유통업체ㆍ소비자 모두 조금씩 고통을 나눠가질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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