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관광공사 보은인사 누가 '적폐척결' 진정성 믿겠나

정부가 끝내 한국관광공사 감사 자리에 방송인 출신 자니 윤(본명 윤종승)씨를 앉혔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명백한 보은(報恩)인사이기 때문이다. 윤씨의 공식 이력은 1992년 '자니 윤 쇼'를 그만둔 뒤 20년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재외국민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게 고작이다.


물론 선거의 승리자는 공로자들을 주요 직에 선임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대통령이 공직 2만여개를 자기 사람들로 채울 때 잡음이 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도 그럴 권리가 있다. 문제는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전문성과 격(格), 어느 기준에서도 이번 인사는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금은 박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누적된 부패를 없애기 위해 국가 대개조를 추진하는 시점이다. 보은인사가 국가혁신이라는 시대적 과제보다 중요하다는 말인가. 그릇된 공기업 감사 인사 하나로 대통령의 개혁 진정성까지 의심받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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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변대로 윤씨가 적합한 인물이라면 '관피아' 척결과 낙하산 근절도 물 건너갈 수 있다. 20~30년 넘게 전문지식과 경험을 쌓아온 공무원 출신이 윤씨만 못해서 산하기관 취업에 극도로 제한을 받아야 하나. 부글부글 끓는 공무원 사회의 불만은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정작 윤씨는 "별로 하고 싶던 자리가 아니었다"며 "마지막으로 대통령을 도와주고 싶어서 일을 맡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진정 그렇다면 윤씨는 스스로 논란을 거두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미국 시민권자인 그가 50년 만에 한국 국적을 회복해 이중국적자가 되면서까지 국가에 기여하고 싶었다면 자리에 연연할 게 아니라 물러나는 게 대통령에 대한 도리다. 사장에 이어 감사직까지 캠프 출신을 앉힌 관광공사 주요직 보은인사는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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