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사우디 - 미국 '유가 폭탄세일' 치킨게임

셰일 고사 위해 칼 빼든 사우디, 이번주 亞 원유 판매가 공개

전문가 13명중 12명 "더 내릴 것"

美 셰일업체도 가격파괴 동참… 배럴당 50弗선 무너진 곳도

투자 줄어 내년 생산량 급감 할듯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셰일 업체들이 출혈을 감수한 가격할인 경쟁에 돌입했다. 양측의 치킨게임은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가졌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내년 1월 아시아에 공급하는 원유인 아랍라이트(Arab Light)의 공식 판매가격을 이번주에 공개할 예정이다. 아랍라이트는 지난 11월 오만·두바이산 원유보다 배럴당 1.05달러 할인된 가격에 판매돼 2008년 12월 이후 최대 인하폭을 보인 바 있다. 현재는 오만·두바이산 대비 배럴당 10센트 낮게 가격이 조성돼 있다.

이번 아랍라이트 가격 결정을 놓고 블룸버그의 설문에 응한 석유시장 트레이더 13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한 12명은 추가 인하를 점쳤다. 일본 정제업체인 코스모오일사의 나카야마 마사히 원유 및 유조선 담당 사장은 최근 "다음달 아시아에 제공될 아랍라이트는 오만·두바이산 원유 평균 가격보다 배럴당 2달러 낮게 공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수요가 가장 많은 겨울철에 이 같은 '폭탄세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달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량 쿼터 유지 결정을 주도하면서 사실상 추가 유가하락을 용인하고 있고 이 때문에 아랍라이트의 추가 할인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석유시장의 가장 위협적인 맞수로 떠오른 미국 셰일 업체를 도산시키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가격할인이라는 칼을 빼들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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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걸프 지역 석유관리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이 되면 유가가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1월분은 각각 6월 고점 대비 40%가량 떨어진 배럴당 67.38달러, 69.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사작전에 맞서 미국 셰일 업체들도 가격파괴에 나서고 있다. 미 송유관 업체인 플레인올아메리칸파이프라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노스다코타 지역의 바켄 셰일오일은 배럴당 49.69달러까지 떨어져 50달러선이 무너졌다. 이 밖에 콜로라도의 니오브라라, 텍사스의 퍼미안분지 등에서의 셰일오일도 브렌트 및 WTI 대비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셰일 업체 측의 가격인하는 최근의 유가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 셰일 업체의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0~80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리적 이점 등으로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업체들을 제외하면 현재의 유가 수준은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미 주요 업체들은 사업 축소를 고려하거나 자본투자를 재조정하고 있고 투자부진으로 미국의 셰일 생산량은 내년 6월부터 줄어들 것이라고 비즈니스위크가 보도했다. 실제 유가하락이 본격화하면서 미국의 셰일오일 유정 개발허가 건수는 10월과 11월 전월 대비 각각 15%, 37%씩 줄어들었다. 지난달 말 현재 하루 908만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 수준(970만 배럴)에 근접한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내년부터 급감할 여지가 큰 셈이다.

그렇다고 이 벼랑 끝 대결의 최종 승자를 사우디아라비아로 점치는 전문가 또한 많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리 리비아·이란 등은 추가 유가하락으로 재정 압박이 극심하고 이는 중동 내 또 다른 정치적 리스크가 될 수 있어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유가하락을 마냥 손 놓고 지켜볼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에너지 전문 헤지펀드사인 엘리먼츠캐피털의 하야시다 다카시 최고경영자(CEO)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나치게 공격적인 가격책정에 나설 경우 OPEC 국가들 사이에서 가격할인 전쟁이 불붙을 것이고 이는 석유시장의 성장을 방해하는 정정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원하는 결과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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