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일단 위험 피하자" 현금·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이동

주식형펀드 주식보유 비중 이달에만 1.86%P나 줄어<br>국고채 등 채권 수요 급증 MMF 등에도 돈 지속 유입<br>"금융시장 예측 불가 상황 공격적 투자보다 관망세를"

증시가 연일 폭락하면서 시중자금이 위험을 피해 현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피신하고 있다. 한국은행 직원들이 현금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DB



시중자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을 버리고 현금ㆍ채권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와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수익 보다 '일단 피하고 보자'는 회피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정책공조가 마무리되기까지 당분간 현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의 이동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펀드의 주식보유 비중은 90.84%를 기록해 지난달 말 92.70%에서 1.86%포인트나 내려갔다. 이는 월말 기준으로 주식비중이 가장 높았던 지난 1월(93.06%)과 비교하면 2.22%포인트나 낮은, 올 들어 최저 수준이다. 주식형펀드의 자산총액과 펀드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자산금액 규모도 지난달 말 73조3,343억원, 67조9,803억원에서 이달 18일 66조5,405억원, 60조4,42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단 13거래일 만에 7조5,374억원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한 셈이다. 이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로 1조7,139억원이 새로 들어온 것과는 대조를 이루는 모습니다. 증시 주변자금도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달 초만 해도 42조원을 넘었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지난 18일 39조859억원으로 줄었다. 17일까지만 해도 CMA 잔고는 40조1,324억원에 달했지만 단 하루 만에 1조원 이상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 반면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주식형펀드에서 현금성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예금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말 0.89%에서 2.23%로 두 배 이상 급등했고, 금액 규모도 9,288억원에서 2조1,197억원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단기 증시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머니마켓펀드(MMF) 역시 지난 12일 이후 18일까지 4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되면서 6조6,523억원이 늘어났다. 주식과 달리 아직까진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채권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22일 현재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수익률은 지난달 말보다 각각 0.36%포인트, 0.38%포인트씩 급락했다. 특히 이 기간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채권을 투자주체 가운데 가장 많은 7조5,496억원 어치나 순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국내 펀드 전체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 자산 비중도 급락장이 시작됐던 지난 2일 33.32%에서 34.29%로 0.97%포인트 더 늘었다. 증시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주식시장 전체가 불안함 흐름을 보이고 투자자들이 '몸 사리기'가 심화되면서 시중자금의 안전자산으로의 갈아타기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변동성이 극에 달한 데다가 앞으로 증시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선 현금 보유나 예금, 채권 투자 외엔 별다른 투자 피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 증시상황은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변동성이 너무 높아 저가매수조차 하기 부담스러운 국면을 맞았다"며 "당분간은 투자자들이 현금 비중을 늘리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금융투자시장이 예측불가의 환경에 처한 만큼 당분간은 현재 보유한 자산에서 크게 움직이는 것을 자제하길 당부했다. 이미 주식을 손절하고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나 미처 주식을 처분하지 못한 투자자 모두 섣불리 움직이기 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한 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손절을 하지 못한 투자자의 경우 변동성이 큰 지금 시점에서 무리하게 주식을 팔기 보단 반등 시기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고, 이미 현금 확보를 한 경우에도 차ㆍ화ㆍ정 등 경기민감주의 주가가 잠잠해 질 때까진 공격적으로 주식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최소 9월 중순 전 글로벌 공조정책이 나오기까지는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며 "만약 투자를 하더라도 매출 보단 현금성 자산을 많이 보유한 기업, 자금조달에 무리가 없는 기업 위주로 투자해야 실적 악화에 대한 부담이 적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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