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막장 드라마 재건축 수주전

GS건설과 대우건설이 경쟁을 벌인 과천주공6단지 재건축 수주전은 한편의 '막장 드라마'였다. 공사비만 4,000억원에 달하는 이 이파트의 재건축 공사를 따내기 위해 두 대형 건설사는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지난 8일 열린 시공사 선정 조합총회에서 GS건설이 35표차로 공사를 따냈지만 이번 수주전에서 두 건설사는 모두 패배자다. 우리나라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건설사라고는 믿기지 않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두 건설사는 상대방에 대한 음해는 물론 조직 폭력배까지 동원해 평온했던 아파트 단지를 며칠 동안 공포 분위기로 몰고 갔다. 대우건설은 자사보다 높은 조합원 지분율을 제안한 GS건설에 대해 '무늬만 확정지분제'라고 딴죽을 걸었고, GS건설은 '대우건설이 2년 뒤 착공 시점에 매각될 회사'라며 맞받아쳤다. 조합 측에서 상호 비방 자제를 요청했지만 두 건설사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급기야 용역업체까지 불러들였다. 용역업체 직원들은 시공사 선정 총회를 며칠 앞둔 지난주 중반부터 단지 곳곳을 활보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단지 내 벤치나 공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배를 피우며 험상궂은 얼굴로 지나가는 행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폈다. 피운 담배는 아무데나 버렸고, 단지 곳곳은 담배꽁초가 나뒹굴었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며 철수를 요청해도 두 업체는 애써 못들은 척했다. 재건축조합 측은 "건설사들이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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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과천주공6단지에 거주하는 주민 중 조합원은 30%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 지은 지 30년도 더 된 낡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쾌적한 주거환경에 위안을 삼아온 70%의 세입자들이다. 이들은 대형 건설사의 횡포로 인해 빚어진 며칠간의 불쾌한 기억을 떠올리며 2년 뒤 이삿짐을 쌀 것이다.

아무리 건설경기가 침체됐다고는 하지만 공사 한 건 따내기 위해 최소한의 상도의(商道義)를 내팽개치는 것은 용역 업체까지 동원한 대형 건설사의 일탈행위가 자못 놀랍다. '자이'와 '푸르지오'가 광고문구처럼 고품격 아파트가 되려면 수주 과정에서부터 최소한의 품격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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