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의 메이저 투자은행들이 미국 경제의 더블딥(W자형 경기침체)을 막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내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지난 2일엔 골드만 삭스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불을 지핀데 이어 도이체방크 증권, 드레스드너 증권이 동조했고, 6일에는 리먼브러더스가 이에 가세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여건과 금융시장이 시스템 위기를 노출하지 않았고, 금리 인하가 오히려 시장의 패닉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FRB가 연말까지 금리를 변동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강하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은 지난주말 이후 미국의 금리 인하설에 크게 동요하고 있다. 미국 펀드들이 해외 증시에 투자했던 돈을 본국으로 회수,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바람에 미국 국채(TB) 단기물이 급등하고, 미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있다.
■ 확산되는 금리인하론
FRB는 최근 90년대 일본 경제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일본이 장기침체에 빠진 것은 금리 인하를 너무 늦게 단행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실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실기를 하지 않을 것으로 월가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리먼브러더스는 "올들어 주가가 급락, 3조 달러의 자산가치가 날아갔기 때문에 소비와 자본투자가 위축되고, 경제에 심대한 해를 끼칠 것"이라며, 오는 9월 이후 3차례에 걸쳐 모두 0.75% 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 삭스도 0.75%의 금리인하를 예측했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과거 3%대이던 인플레이션이 현재 1.1%로 낮아졌기 때문에 플러스의 실질금리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0.75% 포인트의 인하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에 진입한뒤 금리를 인하할 경우 효력을 발휘할수 없기 때문에 금융수요가 있을 때 금리 인하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일단 오는 13일에 있을 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적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FRB가 이번에는 금리를 내리지 않되, 향후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을 발표문에 담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즉 FRB가 인플레이션보다 저성장이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판단, 통화정책을 '중립 기조(neutral bias)'에서 '완화 기조(easing bias)'로 전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월가 관측통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FRB가 금리를 인하할 경우 경기침체를 인정하게 돼 금융시장의 패닉을 가중시키고,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확대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 달러 강세로 역전
그동안 미국경제의 취약성이 노출되면서 약세를 보였던 달러화는 해외에 투자했던 미국계 펀드들이 현지 통화로 표시된 유가증권을 대량매각하며 미국 시장으로 돌아감으로서 강세로 돌아서고 있다.
7일 달러는 엔화에 대해 1달러당 120엔, 유로에 대해 1유로당 0.96 달러로 6주만에 최강세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 반전의 이유는 ▲ 미국의 뮤추얼 펀드들이 투자 고객들의 자금 상환요구로 해외증권을 매각, 국내로 반입하고 ▲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단기물 미국국채(TB)가 급등하자 미국내 투자매력이 높아진 것 등 두가지 요인이다.
최근의 달러 강세는 일시적인 국제유동성 흐름에서 생긴 것에 불과하며,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폭이 커지고, 달러의 거품이 완전히 꺼지지 않았기 때문에 달러 약세기조는 더 갈 것으로 외환딜러들은 보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