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각 상임위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기업인들을 대거 채택할 예정이어서 재계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17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 일부 의원들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증여 의혹 등을 이유로 이 회장과 장남 재용씨,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노회찬 민노당 의원도 이 회장을 증인 신청 명단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해외 출장 중이어서 어차피 출석하지도 못할 사람을 부르는 격이 된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무위에서는 한화그룹과 SK텔레콤, KTF 등 이동통신사, 롯데백화점 등 유통회사, SK㈜, GS칼텍스 등 정유회사 2~3군데를 포함한 최고경영자(CEO) 20여명을 대거 국감 증인으로 소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자금 조성, 불법 하도급, 유가 폭리 등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정무위원들에 따르면, 특히 여당 소속 박병석 위원장은 “책임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을 불러야 한다”며 반드시 이들 CEO들을 소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환노위에서는 포항건설 노조 문제로 윤석만 포스코 사장이 증인으로 검토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일부 업체의 CEO들은 이 기간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3일부터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상당 기간 체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국감 기간에 CEO의 해외 출장 일정이 잡혀 있다”며 “오래 전부터 잡혀 있던 실무 출장이라 부사장이 대신 출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계는 여야 협상 과정에서 증인 명단 범위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편 문광위와 정무위에서는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사건과 인사파문과 관련,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두고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법사위에서는 이헌재 전 부총리와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외환은행 매각 관련), 재경위는 추병직 건교(부동산정책)ㆍ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비전 2030) 등이 소환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