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책임을 질줄 아는 풍토(사설)

지난달 24일 파산한 일본의 야마이치(산일)증권사는 파산후에도 뒷얘기가 무성, 아직도 일본 매스컴의 조명을 받고 있다. 야마이치는 창업1백년의 명문 증권사로서 자본금 1천2백60억엔, 직원수 7천5백명에 달하는 일본의 4대 증권사중 하나다. 계열사만도 24개에 직원들은 1만명에 이른다. 따라서 파산후 보름이 지났지만 그 후유증은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쇼크다.야마이치가 요즘 일본 언론에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도산 뒤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회사 간부진의 성실한 자세다. 이 회사 사장 노자와 쇼헤이는 파산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머리를 숙이고 백배사죄했다. 회사가 파탄에 이르게 된 책임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음을 통감한다고 분명히했다. 또 눈물을 흘리면서 직원들의 재취업 알선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월 총회꾼사건으로 전임사장이 물러나자 전무에서 사장으로 취임한지 4개월만에 책임을 뒤집어 쓴 것이다. 며칠전에는 이 회사에서 20여년을 몸바쳐 일한 지방의 한 지점장이 직원 가족들 앞으로 보낸 편지가 공개돼 일본 사회를 감동시켰다. 「나는 어찌되든 상관 없습니다. 고교 2년생인 장남은 대학진학을 포기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중 2년생인 딸은 다니던 학원을 그만 두었습니다.… 도산후 해약이나 청산때문에 몰려든 고객을 대응하느라 부하직원들은 하오 4시에나 간신히 점심을 먹습니다. 상공회의소나 신용금고의 책임자들을 만나 이들의 재취업을 호소해 볼 생각입니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한 강한 정신력입니다.」 마침 미국의 최대 정보 서비스회사인 일렉트로닉 데이터 시스템즈(EDS)사는 야마이치의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정보시스템사 사원 6백명을 모두 인수키로 했다. 야마이치 직원들의 능력을 높이 산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내 책임」이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시중에는 「정축 5적」이라는 말도 나돌고 있다. 국민들은 이제는 분노보다 배신감과 허탈감에 젖어있을 뿐이다. 나라가 잘될리가 없는 것이다. 나라를 이끌어 가려면 우선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야마이치 증권사 간부들의 자세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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