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전선의 임종욱(57) 대표이사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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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성장 모델을 지속적으로 찾아 투자할 계획입니다. 다만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말이지요. 그래서 지난 50년간의 연속 흑자행진을 100년까지 이어갈 수 있는 초석을 다시 한번 튼튼하게 놓고 싶습니다.”
오는 6일 창사 50주년을 맞는 대한전선의 임종욱(57) 대표이사 사장은 1일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는 한 우물만 파기보다 다각도로 수익 창출원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최근 사업 다각화에 열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55년 전선 제조업을 시작으로 문을 연 대한전선은 창사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을 뿐더러 65년 100대 기업 가운데 현재까지 100대 기업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12개 기업 중 하나인 ‘단단하고 알찬’ 회사다.
2003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임 사장은 “‘안정적 경영기반을 갖춘 뒤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고 설원량 회장의 경영철학이 있었기에 이 모든 게 가능했다”며 자신도 CEO로 재임하는 동안 이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임 사장은 이제 ‘성장’ 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내걸고 대한전선의 본격적인 중흥기를 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현재 대한전선의 수익성 지표인 에비타(EBITDAㆍ법인세ㆍ이자 및 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는 1,000억원 정도이며 2010년까지 이를 5,000억원으로 늘리는 게 1차 목표”라고 강조했다.
다소 무모해 보이는 목표일 수도 있지만 임 사장의 30여년간 일 처리 솜씨나 경영 스타일상 결코 한 귀로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전언이다. 선린상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74년 대한전선에 입사, 경리과장, 비서실 차장, 대한전선 관계사인 삼양금속 이사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뒤 95년 설 회장의 비서실장(이사)직까지 올랐다. 이때부터 설 회장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한편 회사의 굵직한 사안 대부분을 맡아 성공적으로 처리하며 전문경영인의 능력을 쌓아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루미늄 사업 매각과 IMF 때 외평채 매입건. 대한전선은 90년대 초 알루미늄 열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적자가 계속 이어지자 할 수 없이 매각을 결정했다. 임 사장은 설 회장의 특명을 받고 캐나다 회사와 1년여간의 줄다리기 끝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거의 불가능해 보였던 알루미늄 사업을 성공적으로 분리했다. 또한 98년 외환위기 당시 해외에서 ‘리보(런던은행간 금리)+5%’로 차입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매입, 8% 이상의 이익을 냈고 이때 번 돈으로 3개 해외법인의 부실을 모두 털어내 위기를 넘겼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라는 생각으로 변화를 정면 돌파해온 임 사장은 이외에도 광사업망 분리, 대대적 인원 감축, 임금 피크제 도입 등 과감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두 지휘했고 그 결과 대한전선은 99년, 2000년 연속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의 이익을 거뒀다. 아울러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무주리조트 투자, 선인상가 투자, 쌍방울 인수를 성사시켰고 최근에는 진로 인수전까지 참가하며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가도 두 배로 뛰었다. 당시에는 헛돈 쓰는 게 아니냐며 여기저기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남는 장사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리스크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단 무모한 투기가 아니라 철저한 분석과 가치혁신이 뒤따라야 합니다. 또한 실패가 두렵다고 성장을 회피해서도 안되지요.” 회사 수익창출을 위해 끝없이 ‘리스크의 문’을 두드리겠다는 임 사장은 최근 뽑은 50여명의 신입사원에게 “조직이나 개인의 힘은 일과 능력에서 나온다”며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면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솔직하고 담백한데다 치밀하면서도 대담한 CEO로 평가받는 임 사장의 취미는 바둑(2~3급)과 독서ㆍ골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