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곤은 3번기의 제1국을 완패한 터인지라 자존심이 많이 상해 있었다. 흑43으로 제꺽 막은 이 수에는 자존심 상한 그의 분노가 실렸다. 검토실의 양재호가 예측한 그대로였다. 만약 송태곤이 43으로 44의 자리에 늦추었더라면 바둑은 숨이 길었을 것인데…. 노타임으로 44에 끊는 구리. 흑45로 올라선 수는 최선. 마음 같아서는 참고도1의 흑1로 몰아버리고 3으로 잡고 싶지만 그게 잘 안된다. 백4, 6의 수단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흑49까지는 외길 수순. 계속해서 흑57까지도 역시 외길 수순과 다름없다. 백58이 대세의 요충. 한국기원 기사실에서 남편 장주주9단과 함께 이 바둑의 진행을 검토하던 루이9단이 감탄사를 토했다. “너무 기분좋은 수! 흑이 최악이에요. 상변의 실속 빼앗겼고 우변에서도 당했고 선수까지 빼앗기다니. 얻은 것은 꼬리뿐이에요.” 흑59는 일단 최선의 압박이다. 이 수로 참고도2의 흑1에 압박하는 수가 성립된다면 더욱 기분이 좋겠지만 지금은 백2로 반발하는 멋진 수가 있으므로 그렇게 둘 수가 없다. 흑65는 늦출 수 없는 갈라치기. 백66은 방향상 이쪽이 옳다. 반대쪽인 가에 두는 것은 좌하귀가 허술하여 프로들이 꺼리는 착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