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케는 겁이 많다제6보(61∼70)
겁 없는 승부사. 영화나 만화 속에는 그런 사람들이 곧잘 등장한다. 그러나 프로 기사 가운데는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다. 만약 그런 기질의 프로 기사가 출현한다고 해도 그의 승률은 아주 형편없을 것이 뻔하다. 왜냐하면 겁은 프로 기사에게 필수적인 정념(情念)이기 때문이다.
일류 기사일수록 겁이 많다. 물론 오랜 수양으로 그것을 내색하지 않으므로 겉으로 보기에는 바위처럼 태연하지만 내심에는 온갖 겁이 들끓는다. 그 겁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것이다.
지금 이 바둑에는 대국자 양인의 겁이 교차하고 있다. 흑61을 보고 이시다는 좌변의 백 2점의 장래에 대하여 겁을 느꼈다. 그래서 백62로 달아난 것이다. 그 겁은 겁이 아니고 현명함이었다. 만약 흑이 참고도의 백1로 버티면 흑2 이하 6으로 대번에 대세를 그르칠 것이다.
백62를 보자 오타케에게 겁이 찾아왔다. 70의 자리를 불문곡직 젖히고 싶은데 백이 「가」로 좌우를 분단하고 나서면 그 다음의 수습이 심히 겁난다. 망설이던 그는 흑65·67로 두텁게 연결하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이 선택은 공연한 몸조심이었다.
노승일·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0/05/12 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