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업 환손실 줄여라" 연말 환율관리 비상

당국, 달러화 매도개입·공기업 동원등 다각 대응<br>투기세력 악용땐 내년초 급등등 부작용 가능성도


외환당국의 연말 환율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연말 환율이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이나 키코(KIKO) 등 환율변동 파생상품 가입 기업의 손실 규모를 좌우하고 은행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이 달러화 매도 개입과 공기업 동원, 은행 협조 요청 등 다각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환율을 일시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지만 내년 초 급등과 같은 부작용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당국, 기업 환 손실 줄이기 박차=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이달 하순 들어 환율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4일 달러화 매도 개입을 통해 환율 반락에 일조한 데 이어 공기업의 달러화 매수시기 조절 등 수급대책도 시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에도 환율안정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다각적인 환율안정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연말 환율이 기업과 은행 등에 미치는 영향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올해의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결정되는 31일 매매기준환율은 기업 회계장부상 외화부채를 원화로 환산하는 기준이 된다. 미화 1억달러의 외화부채가 있는 기업은 매매기준환율이 938원이던 지난해 말 부채가 938억원이었지만 연말 환율이 1,300원으로 상승하면 외화부채의 원화환산 규모가 1,3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62억원 급증하게 된다. 9월 말 기준으로 환율이 100원 상승하면 기업의 환산손실과 부채금액이 5조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의 환율안정 노력을 틈타 일부 대기업들은 급하지 않은 달러를 매입해 빈축을 사고 있다. 26일 원ㆍ달러 환율이 장 마감 1시간여를 앞두고 하락폭을 갑자기 20원 가까이 줄인 것도 A 대기업이 2억5,000만달러, B 대기업과 C 대기업이 4,000만달러씩을 사들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연말이라는 특수성, 회계장부상의 영향 등 때문에 외환당국이 달러를 시장에 풀고 있는데 눈치 빠른 대기업들이 달러 자금을 빼가고 연말 환율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도덕적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투기세력 악용 가능성…내년 초 환율상승 불가피할 듯=은행들은 당국의 당부가 없더라도 자발적으로 환율안정에 힘써야 할 처지다. 연말 환율 상승으로 거래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해 그만큼 순이익이 줄기 때문이다. 환율상승은 키코 옵션 등 환변동 파생상품에 가입한 기업의 손실을 키우는 것은 물론 거래 은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키코에 가입한 487개 수출기업의 손실은 환율이 1,090원이던 8월 말 1조6,943억원에서 환율이 1,291원으로 상승한 10월 말 3조1,874억원으로 급증했으며 11월26일 환율이 1478.10원으로 치솟으면서 손실이 4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율상승은 외화대출 등 위험가중자산의 원화 환산 규모를 늘려 BIS 비율을 하락시키는 것은 물론 BIS 비율 개선에 활용되는 외화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분의 원화 환산액 확대를 통해 발행한도를 축소시키기도 한다. 환율이 100원 올라갈 때마다 은행의 BIS 기본자본비율은 0.3% 포인트씩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의 시장개입이 잦아지면 투기세력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정부 개입으로 환율이 떨어지면 달러화를 사겠다는 곳이 많아 내년 초 환율 반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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