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돈없는 정부… 혼잡도로·보육시설 줄줄이 민자전환 추진

BTL방식 민간제안 허용<br>"재정부담 떠넘기기" 비판


정부가 민간투자사업 확대에 나선다. 사업시행자 토지를 먼저 보상하는 식의 정부 지원을 늘리고 그동안 불가능했던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의 민간 제안을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이와 함께 대도시권의 혼잡도로, 보육ㆍ요양시설, 수목원ㆍ휴양림 등 지역 공약이 아닌 사업도 민자사업 대상으로 넓힐 방침이다.

정부는 5일 지역 공약 이행계획을 공개하면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이 같은 내용의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신규사업은 물론 재정으로 추진 예정인 사업에 대해서도 민간투자 추진 가능성을 우선 검토한다. 수익성이 높은 민간투자의 대상을 넓혀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민자사업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컸던 수입보장방식(MRG)을 비용보전방식(CC)으로 변경한다. 이렇게 되면 정부 재정부담은 줄어들고 사업시행자는 위험이 줄어드는 대신 매년 일정한 규모의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우선 서수원~평택 고속도로부터 시범적으로 재구조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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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도 손질한다. 기업들의 요구가 많았던 BTL 방식의 민간 제안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민간 사업 제안 남용 우려로 BTL 방식에 대해서는 민간 제안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일부 철도사업 등에는 '수익형 민자사업(BTO)'과 BTL을 혼합한 혼합형 사업 활성화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혼합형 사업 세부요령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업의 속도를 위해 정부 지원도 늘린다. 보증상품 개발 등을 통해 사업시행자의 토지보상비 선지급을 유도할 계획이다. 초기부담을 낮춰 사업시행자가 원활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 사업을 재정이 아닌 민간재원으로 추진하는 것은 현 정부의 부담을 차기 정부로 넘기는 '꼼수'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민자사업이란 BTL이든 BTO든 그 형태에 관계없이 결국 단기간에 세금을 투입함으로써 초래되는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민간에서 돈을 빌려 여러 기간에 걸쳐 나눠 갚은 것과 다를 바 없다. 따지고 보면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MRG를 CC로 전환하는 것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사업자가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MRG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천안~논산, 대구~부산, 서울 외곽, 부산~울산, 서울~춘천 등 9개 민자고속도로에 MRG로 지급한 금액은 2,784억원, 인천공항철도 MRG 지급액은 2,700억원에 달한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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