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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이세돌의 기질

제3보(30∼41)<br> 돌아온 마왕 <br> ○ 강동윤 9단 ● 이세돌 9단 <2010 올레KT배 결승 제3국>



백30으로 끊은 수순을 초심자들은 음미할 필요가 있다. 왜 먼저 손해를 보고 들어가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이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이원도3단이 사이버오로에 올린 가상도는 참고도1의 백1 이하 흑8까지였다. 이런 식으로 흑이 무식하게 틀어막는 게 의외로 유력하다는 얘기였다. 실전보의 백30은 일종의 희생타전법이다. 지금은 흑31로 잡지 않을 수 없는데 그때 백32 이하 38로 관통하는 리듬을 얻게 되었다. 흑39는 쟁탈의 급소. 이곳을 역으로 백에게 눌리면 흑의 세력이 볼품없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흑39는 절대수이고 백40 역시 마찬가지. 그 다음이 문제인데…. "그쯤 해두고 우하귀를 확장하는 게 현명할 것 같아요."(이원도) 이원도3단은 눈매가 날카롭다. 한국리그를 통해 이름이 알려진 이원도. 해설은 몸에 익지 않았는지 단정적인 표현을 삼가고 있다. 참고도2의 흑1과 백2를 그려놓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여전히 백2는 빛나는 한수로군요. 기질상 이세돌9단은 이곳을 밀어올릴는지도 모르겠네요."(이원도) 과연 이세돌은 실전보의 흑41로 밀어올렸다. 이런 점이 이세돌의 기질이다. 기분좋은 수순이라고 여겨지면 절대로 상대방에게 허용하지 않는다. 귀국 초기(일본 유학을 마치고)에 조훈현이 자주 쓰던 말이 생각난다. "무조건 잇빠이 가고 보는 거지."(조훈현) 지금은 조훈현도 일본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잇빠이라는 말은 역시 일본어로 해야 제맛이 나는 것 같다. 우리말로는 '한껏'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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