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진출 양상/고부가 중점…턴키베이스 가장 인기/건설업 97결산

◎완공후 일정기간 운영권 갖기도단순 시공만 하던 도급공사에서 기획제안형·개발형사업으로 해외건설의 양태가 바뀌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투자개발형 사업은 지난 94년 15건, 9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35건, 34억달러로 늘었으며 올해는 4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사회기반시설 확충이 활발한 동남아와 인도·파키스탄·라오스 등 서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 투자개발형 사업중 가장 활기를 띠는 방식은 턴키베이스다. 기술력이 수주의 중요 잣대가 되는데다 단순 시공보다 수익성이 뛰어나 인기가 높다. 현대건설은 지난 9월 타타르스탄에서 3억5천만달러 규모의 비료공장 건설공사를 따냈다. 현대는 설계·구매·시공 등 전 분야를 담당한다. 현대는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화학회사가 발주한 빈톨루 액화석유가스 처리공장도 일본업체와 함께 턴키로 수주했다. 지난달 26일 준공된 파키스탄 고속도로공사도 턴키방식이다. 대우건설은 11억6천만달러에 이르는 공사 대금의 40%를 자체 조달하는 등 사업의 전 과정을 책임졌다. 대우는 인도 동북부의 마드야프라데쉬주 코르바 인근에 세울 화력발전소를 BOO방식으로 건립중이다. 건설회사가 자기자본으로 인프라를 건설하고 그 시설에 대한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운영을 통해 투자비용을 빼내는 방식이다. 건설회사는 기간 만료후 운영기간을 연장하거나 발주처나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오는 2001년 8월 끝날 이 공사는 공사금액이 14억달러인데다 국내 업체에선 처음으로 BOO방식으로 수주한 공사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대우가 지난 93년 라오스에서 1억9천만달러에 수주한 수력발전소는 BOT방식의 첫 사례다. 건설사가 자체자금을 조달해 완공한 뒤 일정기간 운영하면서 건설비용을 빼낸 뒤 발주자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방식이다. 대우는 내년 8월 수력발전소를 완공한 뒤 30년간 운영권을 갖고 생산 전력의 85%를 태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다.<성종수 기자> ◎걸림돌·개선방향/업계 “규제철폐” 한목소리… 연불금융 지적도 해외로 나가는 우리 건설업체들이 순항을 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걸림돌이 너무 많다. 정부의 해외투자 및 외환규제, 지원책 미비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IMF구제금융시대를 맞아 우리 업체들의 국제 신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업계는 해외건설이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며 규제 폐지는 물론 적극적인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건설의 규제로는 해외부동산 취득대상을 당장 필요한 사업에만 국한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개발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단계별로 추진된다. 사업이 상당 수준 추진된 단계에서 토지를 구입하면 땅값 상승으로 투자비 비율이 높아지고 채산성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환관리법의 투자제한 규정도 걸림돌이다. 특히 해외투자시 전체 금액의 20% 이상을 국내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투자 규정으로 사업 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 우리 건설업체들은 국내에서 자금 조성이 힘든데다 금리 및 융자기간이 선진국보다 떨어져 국제 경쟁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시행한 지 11년째가 됐는데도 지원사례가 거의 없는 해외건설공사에 대한 연불금융지원제도도 개선해야 할 제도다. 정부가 돈을 대주고 나중에 갚도록 하는 연불금융은 심사가 너무 까다롭다. 금액도 국가별로 2천만∼3천만달러를 한도치로 정해 놓고 있다. 한마디로 돈을 쓸 수 없도록 해놓고 돈을 빌려주다고 인심쓰는 꼴이다. 정보 부족도 풀어야 할 과제다. 현지 정보수집의 비중이 커가고 있으나 대사관이 각 부처에서 파견된 직원들로 구성되다보니 정보교환 등 원활한 운영이 어렵다.<성종수 기자> ◎국내 주택경기/IMF한파로 활기 주춤/“내년 중반 오름세” 우세 오랜 기간 겨울잠을 자던 국내 주택시장이 올 초부터 꿈틀거렸다. 분당·일산 등 신도시와 서울 강남·목동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급등했다. 부동산 10년 주기설과 맞물려 이런 움직임이 주택시장 활성화의 촉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기대가 부풀어올랐다. 정부 정책도 주택시장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틔워 주었다.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분양가 자율화가 실시됐다. 이는 몇년간 지속된 침체경기하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던 건설업체에는 생명수와도 같은 조치였다. 부산 광주 등 지방에서도 분양열기가 조금씩 되살아났다. 전국적으로 60만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공급됐는데도 미분양아파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가구나 줄었다. 그것으로 연초의 예상이 맞아떨어지는가 싶었다. 상반기 상당수 전문가들은 하반기부터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 전반이 바닥세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IMF구제금융이라는 철퇴를 맞고 또한번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들어 전국의 집값이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졸지에 자금줄이 끊겨버린 주택업계는 치솟는 금리에 신규 아파트 사업부지 구입을 전면 중단하고 나섰다. 이같은 추세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조짐이다. 내년도 주택값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들에 따라 엇갈린다. 그러나 수도권의 경우 주택보급률이 아직 70%선에서 맴돌고 있어 내년 중반부터는 집값이 오히려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단기적으로 IMF충격으로 구매심리가 얼어붙어 약보합세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실수요자가 여전히 남아있는 데다 내년 공급물량 50만가구 이하로 줄어들 것이어서 수도권은 이번 침체기가 내집 마련의 적기가 될 수도 있다. 거기에 통화 증발과 물가 상승이 발생하면 집값은 오히려 가파른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정부가 수도권 분양가·조합아파트 지역범위 등 규제를 완화할 경우 주택시장뿐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이 활기를 찾을 수도 있다.<전광삼 기자> ◎국내 오피스텔/분양열기 전국으로 확산/주거용 논란으로 위축도 올해 국내 건설업계의 최대 화제는 오피스텔이었다. 오피스텔을 분양한 업체들은 한번 웃고 한번은 울어야 했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업체가 오피스텔 분양에 성공해 제 자리를 찾았으며 이름없는 부동산 개발업체가 혜성처럼 떠오르기도 했다. 한번 성공한 상표를 무기로 후속 상품을 내놓앗고, 이 상품이 히트치면서 많은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오피스텔을 내놓았다. 이 바람에 분당·일산신도시는 물론 서울 강남, 마포, 신촌 일대에는 신규물량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분양 열기를 타고 가수요까지 겹쳐 부동산 침체기에도 불황을 모르는 투자 상품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분당에서 분양된 청구 「오디세이」와 한라 「시그마Ⅱ」는 숱한 화제를 남겼다. 그동안 공급된 오피스텔중 가장 큰 규모일 뿐 아니라 두 업체가 3천가구가 넘는 물량을 동시에 공급하고 분양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쟁에서 밀리는 업체는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두 업체 모두 성공리에 분양을 마쳤다. 특히 오디세이는 일산에서도 초기분양률 100%라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고무된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오피스텔 공급에 나섰다. 특히 신도시, 그중에서도 일산은 마치 오피스텔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오피스텔 열풍은 지방 대도시까지 번졌다. 대전 둔산신도시, 부산 지역에도 오피스텔 붐이 일었다. 그러나 시련도 따랐다. 주거용 오피스텔의 범위를 놓고 업체와 당국의 시각차이로 업체들이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업계는 일단은 자숙하는 분위기지만 당국의 조치에 수긍하지 않고 있다. 분양을 앞둔 업체들은 미비한 법규정이 잘못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공급을 미루고 눈치만 보고 있다. 업계는 파장이 가라않는대로 공급을 재개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오피스텔 열기는 내년에는 한풀 꺽일 것같다.<유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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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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