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최병렬 신세계이마트 대표

"상시 가격할인 이후 품질 더 챙기고 있다"<br>제조업체 꾸준히 설득… 품목 100개로 늘릴것<br>온라인몰 7월 개편·보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br>법·제도 결정전까진 SSM 무리하게 추진안해



"소비자들은 모든 상품을 같은 가치, 같은 기준으로 고르지 않습니다. 세제·칫솔같이 품질차이가 적은 공산품은 우선 싼지, 비싼지를 보고 과일을 고를 때는 좀 비싸더라도 싱싱하고 맛있는 것을 선택하지요. 이마트는 무조건 싸게 팔기보다는 상품별로 다른 가치와 선택기준을 만족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최병렬(61·사진) 신세계이마트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올 초 상시 가격할인에 들어간 후 품질을 더 챙기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1월 초 이마트가 '한달 내내, 1년 내내 할인' 정책을 전격 내놓으며 대형마트 간 가격전쟁의 포문을 연 지 100여일이 지났다. 그동안 소비자와 대형마트가 함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긍정적 반응이 있는 반면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이마트의 '깜짝 실험'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 대표는 "제조사들의 동참을 꾸준히 설득하면서 품목 수와 가격인하폭을 늘리고 있다"며 "특히 값이 싼 만큼 불거질 수 있는 품질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전사적인 품질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상품 차별화를 위해 글로벌 소싱(구매)과 자체상표(PL) 제품을 크게 늘릴 계획"이라며 "오는 7월부터 대폭 개편·보완한 이마트몰을 선보여 온라인몰 사업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신(新)가격정책이 어느덧 4개월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상시 할인에 대해 스스로 평가를 내린다면. ▦이마트의 가격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고 봅니다. 이번 가격 인하는 '품질 좋은 상품을 항상 싸게 판다'는 할인점의 본질을 회복해 소비자들이 대형할인점을 다시 찾게 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점차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할인점 본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상시 가격인하가 필수적입니다. 가격을 내리면 이익률이 떨어져 당장 손해일 것 같지만 매장을 찾는 고객은 늘어 결국 할인점의 이익이 증가하는 영업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요. 가격혁명 이후 이마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8% 정도 늘어난 것도 성공으로 볼 수 있는데 그보다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더 늘고 있다는 점이 더 의미 있습니다. -이마트가 상시 할인 중이거나 할인판매한 품목이 지금까지 80여종에 달합니다. 추가 할인품목을 몇 개까지 늘리고 언제까지 지속할 계획입니까. ▦이마트가 현재 취급하고 있는 품목 수는 대략 5,600여개입니다. 이 가운데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품목 100개를 우선 상시 할인할 계획입니다. 이들 100개의 상품은 1등 브랜드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2~3등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력까지 고려한다면 파급 효과는 더 크겠지요. 과거 1~2주짜리 단기 전단행사를 없애고 상시 할인에 들어간 후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관심 속에도 제조업체들이 일부 품목의 공급을 망설이면서 소비자들에게 일부 원하는 제품을 사지 못하는 불편을 준 게 사실입니다. 라면ㆍ초코파이 등 인기 브랜드들은 제한된 물량으로 한달 정도 할인 판매하는 데 그쳤지만 앞으로는 제조업체들과 협의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대부분 제품들을 1년 내내 할인할 계획입니다. 이달 초에도 70여개 납품업체들 대표ㆍ임원들과 만남의 자리를 갖고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같이 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일부에서는 가격이 내려가는 대신 품질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현명합니다. 상품별로 선택의 기준도 다르지요. 상품이 저마다 갖고 있는 가치를 고객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영업의 핵심입니다. 품질을 무시하고 무조건 값을 깎아 파는 정책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 이마트 대표를 맡은 후로 품질에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품질혁신팀을 대표 직속조직으로 두었고 매주 임원회의를 하기 전에 따로 품질회의를 갖고 품질과 매장에 대한 고객의 불만사항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개선하고 있습니다. -소비 트렌드의 급속한 변화로 차별화된 상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글로벌 소싱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베트남ㆍ미국에 이어 올해 중국 사무소 등 글로벌 소싱 3개축을 중심으로 구매선을 넓히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 골프채를 들여와 단기간에 2만개 이상 판매했었는데 이처럼 좀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그 점포의 경쟁력이 돼가고 있습니다. PL은 가장 강력한 차별화 수단 중 하나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개별 상품별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면 이제는 이마트 PL 자체를 브랜드화해 상품구색을 차별화할 것입니다. -연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온라인사업 강화를 언급했는데요. ▦현재 운영 중인 이마트몰의 가장 큰 차별화 경쟁력은 전국 127개 오프라인이 연계돼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콜 센터 통합, 웹 카탈로그와 함께 신선식품도 주문 3시간 내 배송되도록 하는 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더욱 업그레이드된 이마트몰을 7월1일 선보일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새로운 모습의 온라인쇼핑몰이 하나의 성장축이 될 것입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 계획은 있습니까. ▦관련 법과 제도가 결정되기 전까지 이마트 기업형슈퍼인 이마트에브리데이(현재 12곳)의 추가 출점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최근 신세계 주주총회에서 가맹사업이 사업목적에 추가가 된 것은 급변하는 시장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중국사업은 수익면에서 여전히 고전하고 있습니다. ▦중국 이마트는 현재 24개로 올해 6~8개 정도 추가로 점포를 내더라도 글로벌 유통체인인 월마트ㆍ까르푸의 중국 점포 수와 비교하면 5분의1도 안 됩니다. 아직은 정착단계에 있기 때문에 단기간 적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미래성장성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중국시장을 봐서는 점포 1,000개를 세워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10년 후 중국시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고 적어도 2012년 정도면 중국사업이 안정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1997년 상하이 1호점을 출점한 후 얻은 교훈은 바로 현지화입니다. 올해 초 중국 현지인력 교육 강화를 위해 전문가를 파견했으며 저도 거의 매달 중국출장을 다니고 있지요. 5월1일 개막하는 상하이엑스포 한국관 참가를 위해 중국에 갈 예정입니다. -2013년이면 이마트 개점 20주년이 되는데요, 20주년 즈음의 이마트 위상을 예상하신다면 어떻습니까. ▦2013년까지 이마트는 160여개의 점포를 출점해 매출 16조원을 달성할 것입니다. 할인점 1위 자리도 더욱 다지고요. 이마트 창동점이 오픈한 1993년 매출이 52억원이었고 10주년이었던 2003년에 6조4,000억원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지요. 이마트몰도 2013년 정도에는 업계 1위로 도약할 것으로 봅니다. 20주년에는 이마트가 오프라인과 온라인 시장에서 모두 업계 수위로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유통업체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약력 ▲1949년 전남 완도 ▲1968년 목포고 ▲1974년 신세계 입사 ▲1984년 신세계 인사과장 ▲1996년 신세계 이마트 분당점장 ▲1997년 이마트 서부산점장 ▲2000년 이마트부문 판매담당 상무 ▲2004년 신세계푸드 총괄 부사장 ▲2005년 신세계푸드 대표이사 ▲2009년 신세계 이마트부문 대표이사
결정하면 끝까지 밀어붙여 '최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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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대표는
30년간 현장누빈 '영업통'
고교 졸업후 신세계 입사
요직 거쳐 대표까지 올라


신세계 내에서 불리는 최병렬 대표의 별명에는 그의 성격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한번 결정하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추진력과 본인이 직접 영업현장을 하나하나 챙기는 것에서 '현장경영의 대명사'다운 면모가 드러난다. 뚝섬일대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이마트 본사 20층 대표집무실에는 이마트의 '가격할인' 신문광고와 조직도ㆍ연락망이 그려진 현황판들이 방 한편에 자리잡고 있어 마치 야전군 작전실과 같은 긴장감이 감돈다. 그는 집무실에서도 현장 상황과 문제점 등을 판매담당자들과 사내 메신저를 통해 수시로 대화한다. 스스럼 없이 직접 애로사항을 듣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 같이 현장 밀착경영에 나서는 것은 지난 30여년 동안 지점장과 판매본부장 등 주로 현장을 누벼온 정통 영업맨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968년 목포고를 졸업하고 1974년 신세계에 입사한 후 영업 등 핵심요직을 두루 거쳐 2004년 신세계푸드 대표에 이어 지난해 말 이마트 대표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기도 하다. 스스로 "영업에 잔뼈가 굵었다"고 말하는 최 대표는 최근 '품질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매주 월요일 아침 임원회의가 열리기 전 1시간 동안 따로 품질회의를 갖고 고객불만 사항을 보고하도록 해 회의에 참석하는 임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 외부 약속이 없는 날이면 본사 9층에 마련된 '테이스트 키친(Taste kitchen)'에 들러 이마트에서 개발한 간편 가정식을 시식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다. 구내식당 애용은 신세계푸드 대표 때부터 시작됐다. 일부러 약속을 잡지 않고 매일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위탁급식과 식품유통을 하는 기업의 구내식당 밥맛을 최고경영자(CEO)가 매일 점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론에서다. 전국 400여개 급식장의 현장 매니저와 수시로 의견을 나누고 식재료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즉시 바이어들에게 시정하도록 지시했다. 신세계푸드의 한 관계자는 "2006년 고급 시푸드레스토랑 보노보노의 문을 연 후 1년 동안 거의 매일 늦은 밤 퇴근길에 들러 음식맛과 매장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했던 일화는 유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고민이 많다. 할인점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돌리고 미래 성장의 길을 찾아야 하는 경영자로서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30년 동안 해온 수영과 단전호흡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을 유지하며 강골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인데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며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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