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개헌론을 둘러싸고 ‘창과 방패’의 싸움을 연상시키는 공방을 연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개헌 여론 확산을 기대한 ‘여론몰이’에 나선 반면 한나라당은 ‘역풍 차단’에 고심하는 눈치다.
열린우리당은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판단, 시간이 지날수록 개헌여론이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14일, “(개헌에 대한) 초기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높았던 것은 현 정부의 낮은 지지도도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개헌의 진정성과 연내 추진의 불가피성이 알려지면서 점차 개헌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헌 논의는 올해 내내 정치권을 달굴 이슈인데 성급하게 반대입장을 밝히며 논의조차 않겠다고 나선 한나라당은 악수를 둔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개헌 여론 몰이에 나선다. 조만간 당내 개헌특위를 만드는 것은 물론 논평 등을 통해 한나라당 야권에 대한 개헌 논의 참여를 촉구할 계획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대통령은 개헌 제안을 한 순간부터 이미 이긴 싸움이었다”며 “야당이 개헌 논의에 반대한 순간부터 스스로 자충수를 둔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한나라당 내에서는 개헌논의 반대 입장을 너무 조기에 피력한 것이 지도부의 오류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무대응 전략이 초기와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개헌논의 자체를 제1 야당이 원천봉쇄하려 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향상 다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과 공조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 전통적 지지기반인 개혁ㆍ진보성향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희룡ㆍ고진화 의원 등 한나라당 내 소장파 의원들은 당이 개헌논의에 대한 일종의 ‘함구령’을 풀고 적극적으로 개헌 찬반 논쟁에 적극 나설 것을 지도부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