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바이코리아 행진은 수급의 버팀목 역할을 해 시장의 상승세를 이끄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국내 기관과 개인이 증시를 외면하는 상태에서 외국인들의 강도 높은 매수는 긍정적 기능을 훨씬 능가하는 부작용과 후유증을 야기할 수도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인, 44조원 평가이익 실제로 챙길 가능성 높다=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44조원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장부상 이익에서 실제이익으로 챙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3월이후 미국경기 회복을 시작으로 아시아권의 경기회복을 확신하고 매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은 3월이후 현재까지 10조원이 넘는 주식을 거둬들였다”며 “이는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수혜가 가장 큰 아시아권에 대한 투자비중 확대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추세로 종합주가지수가 추가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평가차익은 더 늘어날 뿐 아니라 실제 매매를 통한 수익실현 가능성도 커진다는 이야기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증시에서 `무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00년. IT(정보기술)경기 전세계 동반 침체로 99년말 1,028포인트에 달했던 종합주가지수가 2000년말에는 504포인트로 반토막이 났지만 외국인은 2000년에만 11조3,871억원 어치 주식을 거둬들여 2001년에는 또 다시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
◇외국인 시장지배력 강화에 따른 후유증 우려=외국인 지분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39%대로 올라섬에 따라 외국인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떨어진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증시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진 상태다. 또 외국인의 매매에 따라 투자자들이 `추종매매`에 나서면서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외국인 지분율이 늘어나면서 최대주주보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종목이 속출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실제로 시가총액 상위 10개중 최대주주 지분율이 외국인 지분율을 웃돌아 경영권이 안정됐다고 할 수 있는 종목은 한국전력과 LG전자ㆍ우리금융 3종목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경영권 위협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 소버린펀드는 SK㈜ 대량매집이나 정몽헌 회장 사망후 외국인펀드의 현대엘리베이터 대량매집과 이에 대항한 범 현대가의 경영권 방어등이 대표적 사례다.
외국인들이 우량 대형주 편식으로 인한 지수왜곡 현상도 심각하다. 지난 21일 종합주가지수는 779.89포인트에 달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체감지수는 700선에 불과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지수가 시장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투자자 체질 개선 절실=외국인투자가의 증시 주도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관투자가의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마디로 국내기관이 장기투자를 통해 증시 안전판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2000년말 기준으로 분석한 주요국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비중은 한국이 4.4%에 불과해 미국의 27.0%와 영국의 18.0%는 물론 일본의 4.8%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국내기관투자가의 총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0년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한데 이어 외환위기이후에는 더욱 급격한 속도로 떨어졌다. 주식비중이 가장 높은 증권기관의 보유비중은 1990년 44.8%에서 2001년 6월에는 10.7%로 70% 넘게 감소했고, 연기금 역시 같은 기간 6.9%에서 3.6%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외국인 독주현상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연기금을 포함한 국내기관의 주식비중을 꾸준히 높인다면 이에 따른 폐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