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용회복에 모럴 해저드 없게

무리한 빚 탕감에 따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자 대대적인 신용회복지원 계획을 마련했던 금융기관들이 원리금 감면 폭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얼마만 해도 자산관리공사를 비롯해 국민은행, 산업은행, 신용회복지원위원회 등으로부터 각종 신용불량자 구제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채무자들 사이에 `빚은 안 갚는 게 상책`이라는 의식이 널리 퍼졌었다. 사실 이 같은 도덕적 해이를 만연시킨 데는 무엇보다 `버티는 사람에게 약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산업은행에선 원리금의 33%만 깎아주는 데 자산관리공사에선 70%까지 깎아주도록 제도를 운영한 것이 정부다. 이런 제도아래서 은행 빚을 갚는 것은 바보짓이다. 채무자로선 은행이 빚을 자산관리공사로 넘길 때 까지 버티는 게 상책이다. 그렇다고 8월말 현재 341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을 그냥 내버려두라는 말은 아니다. 경제활동인구의 14.7%에 이르는 신용불량자의 신용회복을 도외시하면서 경제회복과 사회안정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2000년 120.9였던 가계부실지수가 올해에는 126.8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악화일로에 있는 가계부실과 소비부진을 감안하더라도 신용회복지원 제도는 꾸준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소비진작과 신용불량자 구제가 급하더라도 무분별한 원금 탕감 방안은 재고해야 마땅할 것이다. 물론 340만 신용불량자는 국민의 정부가 카드 남발을 부추기고 대출 금리를 낮춘 데다 일자리 마저 잃은 결과로, 이미 미래의 소득까지 다 써버린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신용불량자도 경기가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신용불량상태를 벗을 수 있는 경우도 적지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구제 수위는 무작정 정부나 금융기관의 빚 탕감만을 바라보며 신용불량자로 남아있지 않도록 유도할 정도여야 한다. 자생력을 허무는 신용회복 방안은 엄밀한 의미에서 신용회복 정책이 아니며 자칫하면 신용불량자를 확대재생산할 우려가 있는 인위적 경기부양에 지나지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각종 기관의 신용회복 방안이 각각의 채무자들에게 위화감과 손실감을 주지 않도록 어느 정도 형평을 맞춰주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정부는 과거 무리한 금융정책의 부산물인 신용불량자가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감독기능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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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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