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USA투데이] 경기하락에도 CEO급여 인상 '빈축'

경기 침체도, 악화된 기업수익도, 급락한 주가도 최고경영자(CEO)들의 급여를 줄이지는 못했다.지난해 CEO 연봉이 30% 감소했을 것이란 관련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이들의 소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월급과 보너스를 합친 정규 급여는 소폭 줄이는 대신 스톡 옵션을 크게 늘리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급여 인상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영인들의 소득이 기업 실적과 연동될 수 있도록 급여에 대한 감독을 좀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적 악화 불구 늘어난 CEO 소득 USA투데이가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인 기업 267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CEO들의 정규 급여는 전년 대비 7.7% 적은 132만 달러였다. 그러나 잠재 소득인 스톡 옵션을 포함할 경우 CEO의 급여는 무려 24%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지난 9.11 테러 이후 많은 기업들이 CEO의 임금 감소를 공개적으로 천명했으나 스톡 옵션이라는 방식을 통해 급여를 올려 왔음이 드러난 것이다. 또 일부 CEO들은 자사의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스톡 옵션을 행사, 주가 하락을 더욱 부채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2001년 스톡 옵션 행사를 통해 평균 1,140만 달러를 벌어 들였다. CEO의 보상 문제를 연구하는 CII의 사라 테스리크는 "급여 인상에 맛들인 CEO들이 200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기업 실적과 상관없이 더 많이 받으려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실제 지난 2000년 S&P 500지수가 10%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CEO의 급여는 무려 60% 증가했었다. ◇코카콜라 등 대표적 기업들도 동참 기업실적과 상관없이 CEO의 급여를 인상하는 행태는 주주의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의 대표적 기업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우량기업인 코카콜라의 주가는 지난해 이례적으로 23% 급락했다. 그러나 더글러스 대프트 CEO의 연봉은 17% 증가했다. 여기에 잠재적으로 4,570만 달러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받았다. 에너지 기업인 엘 파소 역시 지난해 주가가 무려 38%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CEO의 급여와 보너스를 무려 23% 증액했다. 이 회사의 윌리엄 와이즈 CEO는 이와 함께 9,300만 달러 어치의 스톡 옵션을 받았으며, 그 동안 받았던 스톡 옵션을 현금화해 1,100만 달러를 챙겼다. 분식 회계 논란을 빚고 있는 타이코 인터네셔널의 데니스 코즐로브스키 CEO는 12%의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연봉을 36% 더 받았다. 또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은 지난해 대량의 스톡 옵션을 매각해 자사의 주가 하락을 더욱 부추긴 것으로 드러났다. 오라클의 주가는 지난해 무려 57% 급락했다. 그러나 엘리슨 회장은 자사주 방어보다는 주식을 매각 7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이와 함께 주가가 90% 이상 급락한 JDS의 최고경영자인 조제프 스트라우스 역시 스톡 옵션 실행으로 1억5,000만 달러를 벌어 들였다. ◇CEO 급여 시스템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CEO의 급여 결정 구조가 이들에게 유리하게 돼 있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실제 CEO의 각종 급여는 대부분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 또 CEO 급여에 관한 구체적인 내역은 이사회 산하 '임원 임금 위원회'가 윤곽을 잡는다. 이에 따라 CEO는 임원 임금위원회만 장악하면 임금을 손쉽게 인상할 수 있는 것이다. CEO의 임금을 기업실적 보다는 기업규모와 연동시키는 관행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현재 각 기업은 관행적으로 기업 실적보다는 비슷한 규모의 라이벌 업체와 임금을 연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대다수 CEO들은 동종 업계 중 가장 실적이 좋은 기업의 CEO와 비슷한 연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장순욱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