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수영(1921~1968)이 남긴 육필 원고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김수영 육필시고(詩稿) 전집'이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이번 전집은 급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 단 한권의 시집만을 남긴 김수영 시인의 육필 원고를 영인본(影印本)으로 제작, 인쇄 된 시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의 형식미까지 느껴 볼 수 있다. 이번 전집은 현존하는 시 원고 354편을 수록해 김수영의 문학세계를 비롯, 한국 현대 문학을 꿰뚫는 맥을 제시한다.
전집 출간은 시인 작고 40여년 동안 원고 보관에 심혈을 기울인 유족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시인의 누이인 김수명씨는 집에 불이 났을 때 시인의 원고를 제일 먼저 챙겨 나와 전집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출판사는 전했다.
전집을 엮은 이영준 하버드대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김수영 초기 시의 난해성은 시인 의식 내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가 남긴 그 시기의 원고를 보면 표현 형식을 확정하기 힘든 외부적, 언어적 상황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문자 표기의 혼란은 시적 형식의 수립과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초고와 원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