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송현칼럼] 법률시장 개방 시급

세계무역기구(WTO)에 우리나라의 법률시장 개방시안을 제출할 시한이 임박했다. 2001년 열린 WTO도하회의에서는 2004년말까지 법률시장개방 관련협상을 완료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내년 3월까지 개방시안을 내놓아야 한다. 사실 법률시장 개방문제는 외국인들이 그 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문제로 도하회의 이후 미국, EU 등 10개국이 요구해왔다. 법률시장개방은 어찌 보면 일반국민의 생활과는 다소 동떨어진 문제로 비춰질 수 있다. 시장이 개방된다 하더라도 노랑머리 외국인이 우리 법정에서 변론을 한다거나, 일반 민ㆍ형사소송을 대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다른 문제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수출입 등 국제거래가 폭증하고 있으며 더욱이 인수합병, 공장설립 등을 통한 외국인투자의 증가는 이와 관련된 기업들의 법률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비즈니스 및 국제금융의 중심지를 목표로 개방을 더욱 가속화함에 있어서 국제계약과 분쟁에 대비한 법적 해소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시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각국이 법률시장을 개방하고 있는 추세도 경제의 세계화라는 현실적 요구와 무관하지 않다. 자국의 변호사들만으로는 기업과 경제가 요구하는 법률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와 동떨어져 아직도 법률시장개방에 소극적인 우물안 개구리에 머물고 있다. 법률시장보호는 거시적으로 과도한 독과점이윤으로 인한 고시생의 기형적인 팽창과 우리 대한민국의 생존을 좌우하는 과학기술인력의 축소를 초래하고 있다. 미시적으로는 사법시험 합격자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제법에 능통하고 각국의 현지법을 잘 아는 변호사의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법률시장을 왜곡시켜온 두 가지 장벽, 즉 대외적인 장벽 뿐만 아니라 국내 변호사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해온 사법시험을 미국과 같이 진정한 자격시험으로 완화시킬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에 외국인 변호사는 단 한 명도 없다. 우리 사법시험을 통과한 자에게만 변호사 자격을 주기 때문이다. 법률시장 개방이라는 국제적인 추세를 볼 때 이와 같은 비현실적인 규정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외국의 개방요구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외국의 법률자격을 가진 변호사에게 국내에서 자신의 출신국법 및 국제법에 국한해 자문을 허용하고, 외국인이 국내에서 법률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며, 국내변호사 채용 혹은 동업도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방요구에 대해 국내 변호사업계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송만능주의의 만연, 다국적 법률회사의 국내시장 지배, 국내소송분야 및 법률자문시장의 잠식 등이 대표적인 이유들이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변호사집단의 이기주의로 비쳐진다. 폐쇄경제의 이익을 누려온 집단들이 들고일어나 세계화라는 새시대의 도전을 무시하고 과거에 집착하여 변화의 요구를 거스르는 것은 안될 일이다. 세계화와 이에 따른 경제의 개방화, 자유화는 이미 거역할 수 없는 대세다. 산업화에 뒤져 식민지 설움을 겪은 우리가 세계화에서마저 도태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요즘 한 TV사극에서는 고려 광종의 개혁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지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호족들과 국가개혁을 시도하는 젊은 황제간의 싸움이 그 줄거리다. 고려 초기가 호족의 나라였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가히 법률가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준법정신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말이다. 유력한 대통령후보 세사람 가운데 두사람이, 273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40명 이상이 변호사다. 어디 그 뿐인가. 정부의 고위관료, 기업의 최고경영진 가운데 상당수가 법대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이런 나라에서 법률시장개방까지 미루려 한다면 변호사집단의 지나친 제 밥그릇 챙기기가 아닐까. /외국인투자옴부즈만 김 완순(金完淳)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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