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에센의 선진 7개국(G7) 회담에서 엔저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실망감으로 엔화 가치가 유로화에 대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2일 도쿄 시장이 일본 건국기념일로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싱가포르 외환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엔화 가치가 급락, 유로화 대비 사상 최저치인 유로당 158.99엔에 거래됐다. 지난 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최저치였던 지난 1월24일 158.62엔보다 더 가치가 떨어졌다. 엔화는 달러에도 약세를 보여 한때 4년9개월 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121.92엔으로 떨어졌다. 일부 외환 전문가들은 “G7회담 폐막 전에 이미 엔저 문제가 공동성명서에 담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며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예상된 재료에 과민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 자체가 엔저 현상은 당분간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G7회담에서 ‘일본경제가 궤도에 오르고 있다(on track)’고 긍정적 평가를 했지만 외환시장은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G7회담 개최에 앞서 8일 리먼브러더스는 ‘엔화 매도’를 투자자들에게 충고했었다. ‘엔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거듭된 경고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엔저 현상은 일본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 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 기준금리는 0.25%로 미국의 5.25%, 유럽중앙은행(ECB)의 3.5%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금융시장은 일본의 저금리를 활용해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시장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급증, 엔화 약세의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도모코 후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현 금리를 유지하는 한 엔화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엔화 환율 동향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현재까지는 BOJ가 금리를 인상할지는 불투명하다. 일본 주요 경제지표가 꾸준히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 아베 행정부가 최대 숙원인 ‘디플레 탈출’을 선언하지 않은 만큼 BOJ가 금리를 인상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