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5월 24일] 소방차에 물이 부족하다면…

지난 2009년 말부터 한국 경제가 가장 먼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성공사례로 세계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으며 올해 3월 말까지의 좋은 실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4%대에서 5%대로 상향 조정됐다. 이 같은 좋은 출발로 모두가 올해의 경제를 낙관하고 있던 차에 남유럽 국가들에서 시작된 불이 꺼질 듯 꺼질 듯하면서도 꺼지지 않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외풍에 취약하다는 것을 1997년 말 IMF 외환위기와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민 모두가 체감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 환율등 外風에 취약 우리 경제의 특징은 한마디로 '소규모 개방경제'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자급자족하기에는 내수 규모가 작고 무역의존도가 2009년 말 92.3%로 역대 최고기록이었으며 93개 조사 대상국 중 11위로 상위권에 속했다. 미국 24.3%, 일본 31.6%, 브라질 24.1%, 인도 37.7% 등 인구가 많고 내수가 발달한 나라는 수출입ㆍ환율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문제점은 무역수지ㆍ수출입ㆍ환율과 같은 외풍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된 무역자유화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성공사례로 한국 경제가 거론되지만 외풍에 취약한 단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는 큰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1997년 말의 외환 부족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겪은 후 외환보유고를 늘려야 제2의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고 2007년 말 외환보유액이 2,622억달러에 달했지만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위기에는 여전히 취약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000원 내외에서 1,500원으로 급상승했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제2의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했다. 미국과 통화스와프(300억달러) 체결에 이어 일본ㆍ중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나서 외환시장은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외환보유고가 많아도 외풍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또 하나의 방어막은 국가재정 건전성이다. 충분한 외환보유고에 더해 국가재정이 건전하다면 위기를 버틸 수 있는 방어막을 하나 더 갖춘 셈이다. 1997년 말의 외환위기를 비교적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상대적으로 건전했던 국가재정이 있었으며 미ㆍ중ㆍ일 등과 통화스와프 약정을 단시일에 체결할 수 있었던 것도 건전한 국가재정 덕분이었다. 우리의 국가채무는 2009년 말 기준 359조6,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33.8%로 주요20개국(G20) 국가의 평균 76%에 비하면 양호하다. 재정적자의 경우 GDP 대비 4.1%로 건전재정의 기준치 3%를 넘겼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하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2년 새 국가채무와 재정적자의 빠른 증가에는 유의해야 한다. 국가채무는 2007년 말 이후 2년 만에 60조7,000억원 증가했으며 관리대상수지는 2007년 3조6,000억원 흑자에서 2009년 43조2,000억원 적자로 급반전했다. 재정규율 강화·세수확충 필요 건전한 재정은 소방차에 가득 찬 물과 같다. 긴급 출동한 119 소방차에 물이 부족하다면 국민의 재산이 다 타는 걸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지난 2년 동안 많이 부족해진 소방차의 물을 다시 채워야 하는 이유다. 국가재정 건전화, 즉 소방차의 물을 채우는 방안에 묘책은 없다. 나가는 지출은 줄이고 들어오는 수입은 늘리는 수밖에 없다.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법안이나 사업의 재원 대책을 강화하거나 재정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과 연계하는 재정준칙의 도입 등 재정규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기회복 시기에 맞춰 탄소세 도입, 담배세 인상 등 새로운 세원 발굴과 조세감면 축소 등 세수 확충을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 뒤로 밀렸던 공적 자금 투입 민간기업의 재민영화를 통해 민간의 활력을 촉진하고 재정수입도 확충해야 한다. 공공 부문의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를 통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는 선행 조치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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